6개월째 이어진 전쟁과 미국의 경제적 압박으로 이란의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지도부 내부에서 종전과 경제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전쟁을 계속하기보다 현재의 힘과 존엄성을 바탕으로 충돌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쟁은 어느 시점에는 끝나야 한다”며 “지금 우리의 힘과 존엄성을 보여주고 세계에 우리가 승리했음을 알린 뒤 전쟁을 끝내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경제 위기를 방치한 채 군사력만으로는 국가 안보와 발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국가의 자금 순환과 경제 성장이 멈춘다면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 전쟁·제재 장기화로 이란 경제난 심화

갈리바프 의장은 자신이 전쟁을 경험한 사람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평화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을 끝내고 경제를 회복하는 일이 국가 안보를 지키는 데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란 지도부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의 제재와 해상 봉쇄가 강화되면서 이란 경제가 심각한 압박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추가 제재와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쟁과 제재가 겹치면서 이미 취약했던 이란 경제는 더욱 악화했다. 이란 리알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국민들이 생필품을 비롯한 일상적인 지출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지도부 일각에서는 경제난이 장기화할 경우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정권과 국가의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의 발언도 경제 위기가 국가 안보 문제로 확산하는 상황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공개적인 종전 발언은 강경 노선을 유지해 온 이란 내 강경파와의 입장 차이도 드러냈다. 강경파는 최근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추가 교전에 대비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새로운 조건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호르무즈 해협 문제로 미·이란 협상 교착

미국과 이란이 추진한 외교적 해결 노력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기간 이란과 합의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지난 6월 전쟁을 단계적으로 끝내기 위해 체결한 양해각서(MOU)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통제 문제로 무산됐다.

이달 초 진행된 후속 협상도 결렬됐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지 않는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란은 해협에 대한 통제 권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 내에서는 앞서 마련된 두 합의안이 이란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더욱 강경한 조건과 추가 양보를 요구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들은 합의를 간절히 원하지만 올바른 합의를 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경제난이 종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곧바로 협상 타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경제 위기를 지렛대로 삼아 이란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으로서도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합의를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란 전문가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미국의 압박과 이란의 저항이 서로를 강화하면서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군 정보기관에서 이란 부문 책임자를 지낸 대니 시트리노비치도 미국과 이란 모두 합의에 필요한 수준의 양보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이 종전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확전 가능성이 낮아지기보다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란 #이란경제난 #호르무즈 #트럼프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