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란 무엇이며, 누가 교회의 주체인가?” 이 본질적인 질문 앞에서 현대 교회는 종종 길을 잃는다. 목회자가 주도하고 평신도는 수동적으로 사역을 ‘소비’하는 구조에 익숙해진 지 오래기 때문이다. 신간 『평신도의 재발견』은 이러한 수동적인 교회관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며, 소수의 지도자가 아닌 ‘하나님의 백성’ 전체가 함께 세워가는 참된 공동체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세계적인 신약학자 로버트 뱅크스가 집필한 이 책은, 초대교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2천 년에 걸친 평신도 교회의 장대한 흐름을 한 권에 꿰어낸 역작이다.
초대교회, 평범한 이들이 세운 역동적 공동체
저자는 초기 기독교가 베드로나 바울 같은 사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수많은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을 전하고 서로를 섬기며 역동적인 공동체를 세워갔다.
특히 저자는 ‘평신도(laity)’의 어원이 된 그리스어 ‘라오스(laos)’를 조명하며, 초대교회에서는 사도나 목사 역시 이 ‘라오스’의 일원이었을 뿐, 별개의 우월한 계급이 아니었음을 강조한다. 그들에게 교회는 모든 성도가 하나님께 받은 은사와 부르심을 따라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밥상이자 삶의 현장이었다.
제도화된 교회와 ‘잃어버린 본질’을 찾는 몸부림
그러나 2~4세기를 거치며 교회는 점차 거대화되고 위계적인 제도로 굳어졌다. 통치 구조가 관료화될수록 평범한 신자들은 종교적 서열의 맨 아래로 밀려나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책은 교회가 잃어버린 것을 교회사적으로 끈질기게 추적하는 한편, 본래의 참여적 교회를 회복하려 했던 다양한 역사적 시도들을 발굴해 낸다. 마르틴 루터가 꿈꾸었던 소규모 공동체나 존 웨슬리가 모라비안 공동체 구조를 변형해 적용했던 ‘신도회’ 네트워크 등은, 오늘날 평신도 교회의 시도들이 역사와 단절된 돌출 행동이 아니라 유구한 교회 본질 회복 운동의 연장선에 있음을 증명한다.
한국 교회의 갱신을 묻다: 제도가 아닌 ‘공동체성’의 회복
이 책은 단순히 ‘가정교회’나 ‘작은 교회’라는 특정 형식을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주체로 참여하는 ‘공동체성’의 회복이다.
특히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각 장의 끝마다 한국의 ‘평신도교회 공부모임’이 묻고 답한 내용을 수록하여 역사와 신학의 논의를 한국 교회의 구체적인 현실과 단단하게 연결 지었다는 점이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진정한 상호성을 잃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소외와 외로움을 호소하는 성도들에게 전통적인 교회 구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전통 교회에 출석하면서도 더 깊은 공동체를 갈망하는 성도, 새로운 형태의 교회를 세우려는 이들, 그리고 한국 교회의 쇄신을 고민하는 모든 목회자와 리더들에게 『평신도의 재발견』은 교회의 잃어버린 심장 박동을 다시 뛰게 할 훌륭한 신학적 백신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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