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교수(백석대,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가 외계생명체 탐구를 단순한 과학적 발견의 영역을 넘어 인간과 창조주, 그리고 우주의 의미를 묻는 신학적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76회 창조론온라인포럼에서 ‘외계생명체 탐구에 대한 신학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하며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둘러싼 과학적 논의와 기독교 신학이 어떤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발표에서 광대한 우주 속 지구와 인간의 위치를 성찰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그는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지구는 매우 작은 무대에 불과하며, 인류가 역사 속에서 경험한 수많은 전쟁과 갈등 역시 이 작은 지구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장군과 황제들이 지구라는 작은 공간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웠고, 같은 지구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지역과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죽이는 일을 반복했다”며 “또한 인간이 스스로를 위대한 존재로 여기고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 역시 광대한 우주의 관점에서는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지구를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으로 표현하며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의 존재를 바라볼 때 인간의 교만과 자기중심성이 상대화될 수 있다”며 “특히 인류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고 하더라도 외부에서 반드시 구원해줄 존재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간 스스로의 책임과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적 지식에 따르면 지구는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유일한 장소”라며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 정착할 수 있을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다. 일부 행성을 탐사하거나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인류가 실제로 삶의 터전을 옮겨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외계생명체 탐구, 과학적 발견 넘어 인간과 창조의 관계 묻는 문제
박 교수는 “외계생명체 탐구가 새로운 생명체를 찾기 위한 과학적 실험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과 창조주의 관계를 다시 묻는 철학적·신학적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의 역설이 제기한 ‘침묵하는 우주’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우주가 매우 광대하고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환경이 많다고 가정한다면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이 이미 존재하거나 흔적을 남겼어야 하지만, 아직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페르미 역설이 던지는 대표적인 질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침묵하는 우주’가 인간에게 우주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는 데 아직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며 “과학은 외계 생명을 찾는 역할을 담당하고, 신학은 그러한 발견이 이루어졌을 때 그것이 인간과 창조, 구속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해석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에 따라 외계생명체 탐구의 다음 단계가 단순한 기술적 발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신학적 성찰로 이어져야 한다”며 “외계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문제와 함께 ‘하나님의 창조 안에서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위치는 어디인가’,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박 교수는 외계생명체 탐구와 관련해 논의되는 대표적인 세 가지 가설로 인류 원리, 거대한 필터, 동물원 가설을 제시하고 이를 신학적 관점에서 해석했다.
그는 “인류 원리는 우주와 자연의 조건이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도록 매우 정교하게 조정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관점”이라며, 박 교수는 이를 ‘왜 생명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과 연결하면서 창조의 목적론이라는 신학적 질문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거대한 필터는 생명체가 탄생하고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어느 특정 단계가 매우 넘기 어려운 장벽처럼 작용해 고등 문명으로의 발전을 가로막거나 문명을 멸망에 이르게 할 가능성을 설명하는 가설”이라며, 이를 “왜 문명은 멸망하는가”라는 질문과 연결하고, 죄와 심판이라는 신학적 주제와 연관해 성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동물원 가설은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이 지구와 인류를 알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접촉하지 않고 관찰하고 있을 가능성을 설명하는 가설”이라며, 이를 ‘왜 하나님은 침묵하시는가’라는 섭리의 신비와 연결해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박 교수는 세 가지 가설을 단순한 과학적 설명 모델로만 바라보지 않고 우주와 생명, 인간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 질문을 제기하는 틀로 활용했다. 인류 원리는 창조의 목적, 거대한 필터는 죄와 심판, 동물원 가설은 하나님의 섭리와 침묵이라는 신학적 질문으로 각각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창조론·인간론·그리스도론·종말론으로 바라본 외계생명체 문제
박 교수는 “외계생명체 탐구가 신학적으로 세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먼저, 창조의 보편성을 회복하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주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집이며 지구는 그 거대한 창조 세계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관점은 인간이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창조세계를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하나님의 창조가 지닌 규모와 다양성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는 인간의 겸손과 청지기적 사명”이라며 “광대한 우주적 규모의 창조를 바라볼 때 인간은 모든 것의 지배자로 이해되기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을 보존하고 돌보는 청지기로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물리적 규모가 매우 작다는 사실이 인간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인간은 창조세계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을 대신해 생명을 돌보는 청지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세 번째는 그리스도의 우주적 구속과 종말론적 완성에 관한 문제”라며 “그리스도의 사랑이 지구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별과 은하, 그리고 모든 생명체를 포괄하는 보편적 구속의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러한 통합적 이해를 통해 신학은 지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교리 체계를 넘어 우주적 규모에서 생명과 창조를 바라보는 ‘우주적 생명신학(cosmic life theology)’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이는 새로운 우주 인식의 시대에도 기독교 신앙이 창조와 구속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신학적 토대를 마련하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가 외계생명체 탐구를 둘러싼 대표적인 과학적 가설인 인류 원리, 거대한 필터, 동물원 가설을 신학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창조론과 인간론, 그리스도론, 종말론의 틀 안에서 통합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 과학이 새로운 우주관과 생명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독교 신학 역시 이러한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응답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연구가 출발했다”고 했다.
◆ “신학적 가능성 탐색일 뿐”… 과학적 가설과 성경 계시 구분해야
박 교수는 동시에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해석이 성경이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교리를 확정적으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 신학적 가능성을 탐색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외계생명체의 존재 자체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인류 원리와 거대한 필터, 동물원 가설 역시 확정된 과학 법칙이라기보다 특정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모델이나 철학적 가설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가설을 신학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추론이나 사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과학적으로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신학적 사실처럼 단정하거나, 가설을 성경의 직접적인 가르침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특히 “동물원 가설을 하나님의 섭리와 연결하거나 거대한 필터를 죄와 심판의 구조로 해석하는 것은 신학적 비유와 성찰의 방식으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 자체가 성경의 직접적인 계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박 교수는 “신학이 과학적 가설을 통해 성경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계시를 바탕으로 과학적 발견이 갖는 의미를 분별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다양한 연결고리는 교리적 결론이라기보다 향후 신학적 성찰을 이어가기 위한 출발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주적 구속(cosmic redemption)과 우주적 그리스도(cosmic Christ)의 개념 역시 신중하게 다뤄야 할 부분으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 사건이 역사적 인간 예수 안에서 단회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기독교 신앙의 중심 고백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 “만약 앞으로 외계 지성체의 존재가 실제로 확인된다 하더라도 그 존재와 하나님의 구속 계획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성경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영역으로 남아 있다”며 “따라서 신학적 상상력은 열어두되 계시의 한계를 넘어 독단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외계생명체 발견 여부와 관계없이 이어져야 할 신학적 성찰
그럼에도 박 교수는 외계생명체 탐구가 현대 신학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인간 중심주의를 상대화하고 창조주 하나님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회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광대한 우주의 규모를 인식하는 것은 인간의 교만을 낮추고 하나님의 창조가 지닌 풍성함과 신비를 더욱 깊이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계생명체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우주 전체가 하나님의 창조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성경의 선언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를 골로새서 1장 16~17절의 말씀과 연결해 설명하며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라는 성경의 창조 이해가 우주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결국 외계생명체 탐구가 신학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우주 어디에 또 다른 생명이 존재하는가’에 머물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 광대한 우주를 창조하시고 붙드시는 하나님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신학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신학의 궁극적인 관심은 외계생명체 자체가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에게 있으며, 우주 탐사의 의미 역시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 그리고 그리스도의 우주적 주권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외계생명체 탐구가 기독교 신앙에 대한 위협이라기보다 새로운 신학적 과제가 될 수 있다”며 “미래에 실제 외계생명체가 발견되든 발견되지 않든 기독교 신학은 창조와 구속의 보편성을 증언하면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주의 신비를 겸손하게 탐구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관점에서 ‘우주적 생명신학(cosmic life theology)’을 완성된 신학 체계로 제시하기보다 과학과 신학이 지속적으로 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라고 제안하며 “외계생명체 탐구라는 현대 과학의 질문을 통해 인간의 위치와 창조의 의미, 하나님의 섭리와 그리스도의 구속을 다시 성찰함으로써 기독교 신학이 변화하는 우주 인식 속에서 새로운 질문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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