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회장 유선명)가 잠언의 구조와 문학적 특성을 살피고 이를 실제 설교에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는 20일 오후 경기도 안양 소재 열린교회에서 ‘잠언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15회 구약과 목회와의 만남 및 제58차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잠언 1~9장이 잠언 전체를 이해하는 해석학적 틀을 어떻게 제공하는지부터 잠언 10~24장에 나타나는 개별 잠언의 문학적 구조와 문맥, 잠언 25~31장을 실제 설교에 적용하는 방법까지 폭넓게 다뤘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김희석 박사(총신대)가 ‘잠언의 구조와 장르에 따른 설교방법: 1-9장의 해석학적 렌즈를 중심으로’ ▲김성진 박사(열린교회)가 ‘잠언 10-24장의 문장 잠언(sentence sayings)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유선명 박사(백석대)가 ‘잠언다운 잠언 설교를 위해: 잠언 25-31장 설교를 위한 제언’을 각각 발표했다.
발제자들은 잠언을 단순히 개별적인 교훈이나 격언의 모음으로 이해하기보다 잠언서 전체의 구조와 각 본문의 문학적 특성, 앞뒤 문맥, 그리고 ‘여호와를 경외하는 지혜’라는 핵심적인 해석학적 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잠언의 고유한 표현 방식과 장르를 존중하면서 현대 교회와 회중에게 본문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설교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 “잠언 1~9장, 잠언 전체를 읽는 해석학적 틀 제공”
김희석 박사는 잠언 1~9장이 잠언서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해석학적 틀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잠언서가 해석학적 서론을 필요로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잠언서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해석학적 난제를 들었다.
특히 “잠언 10~29장에는 다양한 개별 잠언들이 수집돼 있으며, 각각의 잠언은 문학적·역사적 특성으로 인해 여러 해석상의 문제를 드러낸다”며 “이에 따라 개별 잠언을 독립된 문장으로만 읽기보다 잠언서 전체가 제공하는 해석학적 틀 안에서 읽어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잠언 30~31장이 잠언의 해석학적 결론으로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면서, 이 부분이 지혜의 중요성과 지혜를 찾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잠언 1~9장이 보여주는 내용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잠언 1~9장 역시 지혜의 중요성과 지혜를 찾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잠언 1~3장에서는 지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4~9장에서는 지혜를 찾는 방법을 보여준다”며 “반면 잠언 30~31장에서는 아굴과 르무엘왕의 어머니를 통해 다시 지혜의 중요성과 지혜를 선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했다.
이어 “잠언의 독자가 1~9장에서는 솔로몬에게 지혜를 배우고, 이후 10~29장에서는 그 지혜를 가지고 다양한 잠언을 해석하며 삶의 여정을 걸어가게 된다”며 “이후 30~31장에 이르러서는 다시 한번 지혜의 중요성과 지혜를 얻기 위해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두 번째 배움’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김 박사는 “잠언 30~31장의 내용은 독자가 잠언을 처음 접하면서 배우는 최초의 지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지혜를 사용해 삶을 살아온 뒤 다시 확인하고 깊이 이해하게 되는 지혜”라고 했다.
또한 “그가 1-9장에서 배운 참된 지혜의 길을 걷는다면, 그는 30-31장의 본문에 나타난 가르침과 묘사들을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잠언을 계속 읽고 삶에 적용해 온 독자는 아굴과 같은 지혜, 르무엘왕의 어머니와 같은 수준의 참된 지혜를 갖게 되고, 현숙한 여인과 같은 지혜로운 아내를 두었을 것이라는 잠언의 흐름을 제시했다.
더불어 “잠언 30장에 등장하는 아굴의 잠언은 지혜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31장 1~9절은 피해야 할 잘못된 여인을 제시한다”며 “31장 10~31절은 여호와를 경외함으로 지혜를 선택했을 때 어떤 복된 열매를 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김 박사는 “이를 통해 잠언 30~31장이 지혜로운 삶에 대한 다양한 실제적 사례와 독자가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자리를 상징적으로 제시한다”며 “결국 잠언의 독자들이 참된 지혜의 길을 걸어 풍성한 삶에 이르도록 가르치는 것이 잠언 30~31장이 보여주는 해석학적 결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잠언의 전체내용을 차례대로 공부하고 적용하여 결국 30-31장의 자리에 도달했을 때 여호와를 경외하는 참 지혜자의 모습으로 드러나도록 초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개별 잠언은 문맥과 ‘여호와 경외’의 인식론 안에서 해석해야
김희석 박사는 잠언 10~29장에 나타나는 개별 잠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개별 잠언 자체의 문맥을 고려한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개별 잠언 안에서 단어 연구와 구조 분석, 문법 분석 등을 통해 본문 자체를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후 개별 잠언이 놓여 있는 문맥을 고려해 그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문맥이 개별 잠언을 해석하는 데 제공하는 도움의 정도는 각각의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모든 잠언을 동일한 방식으로 기계적으로 해석하기보다 본문 자체의 특성과 문맥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개별 잠언 자체와 그 문맥을 충분히 살핀 뒤에는 잠언 1~9장이 가르치는 해석학적 틀인 ‘여호와 경외의 인식론’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과정 역시 개별 잠언의 ‘해석’과 ‘적용’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며 “먼저 개별 잠언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해석의 문제를 다루고, 이후 그 의미를 실제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잠언의 독자가 개별 잠언을 자신의 실제 상황에 적용할 때 어떻게 여호와를 경외할 수 있을지를 숙고해야 한다”며 “이러한 개별 잠언 해석 방법이 앞으로 잠언 10~29장의 개별 잠언을 실제적으로 해석해 나가는 과정에서 계속 보완되고 발전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잠언 10장 이후 개별 잠언도 편집적 의도와 의미 단락 살펴야”
김성진 박사는 잠언 10장 이후에 등장하는 개별 잠언들이 아무런 구조나 편집적 의도 없이 단순하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잠언의 저자나 편집자가 다양한 문학적 기법을 활용해 개별 잠언들을 일정한 의미 단락으로 구성하고자 했다”며 “따라서 개별 잠언을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한 작업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의미 단락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형식 안에 의미를 담아내는 히브리인들의 문학기법을 이해하는 것이 개별 잠언을 해석하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라며 “개별 잠언이 어떤 형식으로 표현됐으며, 그 형식 안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살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개별 잠언들이 형성하는 의미 단락은 단순히 서로 비슷한 잠언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결과를 넘어선다”며 “문맥의 앞뒤에 놓인 개별 잠언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보다 폭넓고 깊은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의미론적 목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이러한 잠언의 구조를 이해하고 해석할 때 신앙과 삶의 자리를 서로 분리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얻게 된다”며 “신앙은 추상적인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실천되고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정과 공동체, 보증, 상거래, 결혼, 술과 같은 잠언의 다양한 주제들이 단순히 신앙과 무관한 일상생활의 문제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며 “이러한 삶의 영역 역시 결국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이 실제로 드러나는 구체적인 현장”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이러한 해석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잠언 10장 이후의 문장 잠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현대 교회에 전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잠언다운 잠언 설교 위해 본문의 사고와 표현양식 존중해야”
유선명 박사는 잠언 설교 자체가 교회 현장에서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유 박사는 “강단에서 잠언을 설교하는 목회자가 많지 않다는 것은 별도의 통계연구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잠언 설교가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별도의 해설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명확하기 때문인지 질문을 던졌다. 유 박사는 “잠언 설교를 시도하는 설교자는 먼저 잠언서의 분명한 특징 가운데 하나인 ‘문맥의 부재’와 마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언서를 구성하는 수백 개의 짧은 시문은 흔히 ‘격언’이라고 불리는 장르에 속한다”며 “격언은 일상의 관찰을 통해 얻어진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형식이며, 대부분의 격언에서 신적인 계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신비로운 내용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또 “고대에도 잠언서를 정경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으며, 사람들이 일상에서 나누는 격언에 신적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느냐는 회의가 그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성이 오히려 잠언의 매력이기도 하다”며 “복잡한 신학적 개념이나 용어, 주제를 앞세우기보다 간결하고 기억하기 쉬우며 사물의 본질을 통찰력 있게 직시하는 표현이 담겨 있어 비신자들에게도 진입장벽이 낮은 성경”이라고 했다.
더불어 “특정 본문의 이해를 위해 폭넓은 신학적 전통의 이해가 요구되는 율법서와 예언서와 달리 잠언은 신자들의 양육뿐 아니라 비신자를 성경으로 초대하는 전도적 설교의 본문으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는 설교가 과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잠언 설교를 준비할 때 설교자와 회중, 그리고 설교자와 회중 사이의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잠언 연구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내용을 바탕으로 잠언 설교자가 두 가지 측면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첫 번째는 잠언의 사고 패턴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잠언서는 명령보다는 설득과 논증을 통해 독자와 청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징을 보이며, 이는 계명보다 설명을, 복종보다 납득을 선호하는 현대 회중에게 매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설교의 선포적 성격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보완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박사는 “설교자가 잠언을 단순화하거나 환원주의적으로 이해해 무리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피해야 한다”며 “성경의 여러 책 가운데서도 이러한 접근이 특히 어울리지 않는 책이 잠언”이라고 했다.
이어 “잠언은 특수한 상황을 선명하게 조명함으로써 보편적인 상황을 이해하도록 하는 문학 형식”이라며 “나무의 잘린 단면이 그 나무의 삶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처럼, 사물의 어떠함을 간결하게 진술하는 통찰력이 잠언의 매력이자 가치”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잠언 설교에서는 설교의 본문으로 선택한 잠언 또는 잠언군이 전달하는 중심 메시지를 부각하고 설교의 초점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며 “특정 잠언에서 강력한 호소력과 현실적인 적실성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그 잠언의 교훈을 모든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하려는 접근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 “잠언은 잠언답게 읽고 설교해야”… 본문의 간결함과 구체성 살려야
유선명 박사가 제시한 두 번째 원칙은 잠언의 표현양식을 존중하는 것이었다. 유 박사는 “설교는 본문의 장르에 어울리는 형태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설교자는 잠언 특유의 수사구조를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장르에 맞는 설교 형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언의 표현 방식에서 중요한 특징으로는 간결함과 구체성, 예술성, 그리고 표상의 사용 등이 제시됐다”며 “따라서 잠언을 설교할 때도 집중력과 간결성을 추구하고, 본문이 가진 양식적·수사적 장치를 충분히 살펴 설교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 박사는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잠언 설교를 준비할 때 고려할 사항도 제시했다”며 “먼저 잠언서 전체 구조에 비춰 설교할 본문의 범위와 설교 시리즈의 구성을 결정해야 한다. 개별 잠언만 떼어내기보다 잠언서 전체 구조 안에서 본문의 위치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잠언들 사이의 연결 관계를 고려해 특정 본문의 범위를 정하고, 선택한 본문의 장르와 형태에도 민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본문이 가진 음운과 표상, 즉 시각언어가 만들어내는 미적 효과를 설교 과정에서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본문이 다루는 내용에 집중하면서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잠언 설교의 중요한 방향”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결국 잠언을 단순히 이해하기 쉬운 성경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잠언서 전체의 구조와 개별 본문의 문맥, 문학적 장르와 표현양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교해야 한다”며, 특히 잠언 1~9장이 제공하는 ‘여호와 경외’의 해석학적 틀을 바탕으로 개별 잠언을 해석하고, 이를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됐다.
한편, 이날 행사는 현창학 박사(합신대)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패널토의가 이어지며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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