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의 기독교 및 이슬람 지도자 50여 명이 종교 간 화합을 증진하고 혐오 발언과 극단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종교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종교 지도자들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본부를 둔 세계무슬림연맹(Muslim World League)의 주관으로 체결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나이지리아 전역의 기독교인과 무슬림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종교 간 협력기구도 출범했다.
나이지리아는 오랜 기간 이어진 폭력과 정치적 갈등으로 종교적 긴장이 높은 상황이다. 북부 지역은 무슬림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남부 지역은 기독교인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두 종교 모두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다.
북부기독교종교지도자협의회(Northern Christian Religious Leaders' Assembly) 의장인 존 프레이즈 대니얼(John Praise Daniel)은 이번 협정이 종교 지도자들의 분열적 언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혐오 발언을 하지 않고 다른 종교 집단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불신자라고 부르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마아투 나스릴 이슬람(Jama’atu Nasri Islam) 사무총장 칼리드 아부바카르(Khalid Abubakar)는 이번 협정이 어느 종교 공동체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종교를 떠나라는 요구가 아니라, 조화롭게 함께 일하기 위한 협력의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무슬림연맹 사무총장 무함마드 알아이사(Mohammad Al-Issa)는 이번 협정이 종교 지도자들이 분열을 넘어 협력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극단주의적 사상이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며 “모두가 그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도 이번 협정을 지지했다. 볼라 티누부 대통령을 대신해 바라우 지브린(Barau Jibrin) 상원의회 부의장이 서명식에 참석했으며, 북부 지역 3개 주의 주지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지브린 부의장은 “정부는 차이가 무엇이든, 서로 다른 점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하나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정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무장세력 등에 의해 수년간 폭력이 이어진 가운데 체결됐다. 보코하람(Boko Haram)과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는 15년 넘게 나이지리아에서 공격을 이어오며 수천 명을 숨지게 하고 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몰았다.
기독교인들도 공격의 대상이 돼 왔지만, 무장단체의 폭력으로 희생된 무슬림 역시 상당수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반군의 공격은 주로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 북동부에 집중됐으며, 분석가들과 인권단체들은 무슬림이 반군 활동의 피해자 가운데 다수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안보 상황을 기독교인과 무슬림 간 단순한 종교 갈등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와 풀라니 무장세력, 기타 비국가 행위자들의 공격뿐 아니라 다양한 종교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종교적 차별과 제한도 보고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협정은 폭력 자체뿐 아니라 종교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선동적 언어와 혐오 발언을 줄이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2027년 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정의 의미가 더욱 주목된다. 볼라 티누부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전진보회의(APC)는 2023년에 이어 이번에도 무슬림-무슬림 대통령 후보 조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나이지리아 양대 종교 공동체의 균형을 고려해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의 종교를 배분해 온 관행에서 벗어난 것으로, 종교적 대표성 문제는 향후 선거 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번 협정은 국제사회가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과 종교 자유 문제에 관심을 높이는 가운데 체결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교 자유 문제를 이유로 나이지리아를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ountry of Particular Concern)’으로 지정했으며, 기독교인들이 극단주의 폭력으로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미국은 나이지리아 정부와 공조해 이슬람국가(IS) 계열 무장세력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진행했다. 미 아프리카사령부는 작전 과정에서 무장세력 캠프를 공습해 여러 명의 IS 대원을 사살한 것으로 초기 평가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작전의 배경으로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 우려를 언급했지만,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를 광범위한 대테러 협력의 일환으로 설명하며 특정 종교 공동체가 아닌 테러리스트를 겨냥한 작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협정은 종교 공동체 간 상호 존중을 강화하고 종교 지도자들의 선동적 언어 사용을 거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니얼 의장도 종교 지도자들의 분열적 언사를 줄이는 것이 이번 협정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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