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이스라엘한인회 주최 ‘제81주년 8·15 광복절 기념식’
재이스라엘한인회 주최 ‘제81주년 8·15 광복절 기념식’이 지난 8월 14일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교수클럽에서 한인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재이스라엘한인회

전쟁과 테러의 긴장이 이어지는 중동의 예루살렘에서 대한민국 광복 81주년을 기념하는 “대한독립 만세”가 울려 퍼졌다.

재이스라엘한인회(회장 이강근)는 14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교수클럽에서 한인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81주년 8·15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은 조국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가는 한민족의 정체성과 다음세대, 한반도 평화통일의 과제를 함께 돌아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은 1948년 각각 정부 수립과 건국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을 지녔지만 민족적 고난과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경험했다는 점도 이날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태극기 아래 애국가 제창…박인호 대사 만세삼창

기념식은 30년 넘게 이스라엘에 거주해 온 이강근 재이스라엘한인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태극기 앞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을 기리며 묵념했다.

히브리대학교 한국학과 벤자민 교수는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광복 81주년을 축하한다”며 한국과 이스라엘의 우정과 교류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박인호 주이스라엘 대사가 만세삼창을 선창했다. 박 대사는 대한민국 공군 대장 출신으로 제39대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한 뒤 주이스라엘 대사로 부임했다.

박 대사가 두 주먹을 들고 만세를 외치자 참석한 한인들도 일제히 손을 높이 들고 “만세”로 화답했다. 최근까지 전쟁과 미사일 공격 등 긴장이 이어진 이스라엘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이라는 점에서 자유와 평화의 의미도 함께 되새겼다.

고려인 4세 모자, 생애 첫 광복절 기념식 참석

이날 행사에서는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4세 팔코비치 올라 씨와 그의 아들이 처음으로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고려인 선조들의 이산 역사를 간직한 올라 씨는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현재 이스라엘 나사렛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그는 이날 ‘나와 한국’을 주제로 한 소감문을 낭독하며 “오늘 인생 처음으로 아들과 광복절 행사에 참석했다”며 “이 자리에 서면서 몸속에 한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깊이 느낀다. 이 사실이 저에게는 정말 특별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강근 회장은 “중앙아시아로 흩어졌던 고려인 후손이 이스라엘에 정착한 뒤 한국인들을 만나 아들과 함께 대한민국 광복을 기념하는 모습은 이날 행사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세계 곳곳에 흩어진 재외동포 사회가 한민족의 정체성을 어떻게 다음세대에 이어갈 것인가 하는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유대인 가야금 연주자로부터 울려 퍼진 ‘아리랑’

특별 공연에서는 유대인 가야금 연주자 나베 씨가 무대에 올라 ‘아리랑’을 연주했다.

나베 씨는 한국인에게도 익히기 쉽지 않은 전통악기 가야금을 배워 이스라엘에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광복을 축하하는 뜻에서 별도의 사례 없이 이날 연주를 기념식에 바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스라엘 현지 연주자가 한국 전통악기로 연주한 아리랑은 예루살렘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 색다른 의미를 더했다.

행사는 광복의 역사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한반도 분단 상황과 평화통일의 과제를 생각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광복의 의미, 한반도 평화통일 과제로 이어져야”

2부에서는 북한 문제와 남북 평화통일 운동에 참여해 온 하충엽 숭실대학교 교수가 ‘통일애국지사’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하 교수는 광복의 의미가 과거의 독립을 기념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여전히 분단돼 있는 한반도의 현실과 평화통일이라는 미래 과제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말미에는 한국 초기 선교사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가 한국을 바라보며 품었던 비전도 소개했다. 언더우드가 한국이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함께 그리스도를 높이는 미래를 바라봤다는 내용이었다.

하 교수는 광복을 통해 자유를 얻은 대한민국이 이제 세계와 이웃 민족을 섬기고 평화를 만들어 가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흩어져 살아도 우리는 하나의 한민족”

이강근 회장은 올해 광복절 기념식에 대해 전쟁과 분쟁의 역사가 이어진 중동 한가운데서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되새겼다는 데 의미를 뒀다.

이 회장은 “재이스라엘 한인들에게 광복절 기념식은 매년 이어져 온 행사지만 올해는 여러 특별한 이야기가 한자리에서 만나 더욱 깊은 의미를 남겼다”며 “예루살렘에서 80여명의 한인들이 태극기 아래 애국가를 부르고 순국선열을 추모하며 만세를 외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가는 재외동포들에게 광복절은 단순히 역사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조국과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동포들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다음세대에 한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전하는 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예루살렘 광복절 기념식은 ‘흩어져 살아도 우리는 하나의 한민족’이라는 재외동포사회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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