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회장 유선명)가 구약성경 연구의 신학적 의미를 조명하는 학술발표회를 열고 역대기 족보 연구와 시온 신학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는 최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총신대학교에서 제57차 학술발표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발표회에서는 구약성경 본문에 대한 신학적 해석과 공동체적 의미를 탐구하는 두 편의 연구 발표가 진행됐다.
발표회에서는 구본삼 박사(Stellenbosch Univ., Ph.D.)가 ‘유다 지파 족보(대상 2:3-4:23)의 두 갈렙: 통합된 과거를 통한 통합된 현재의 이해’를 주제로 발표했고, 이준혁 박사(Univ. of Holy Land, Ph.D.)는 ‘시온의 심판 이후 여호와 통치의 구현 방식: 미가서와 스바냐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 역대기 족보 연구… “갈렙 계보 통해 포로 이후 공동체 정체성 재구성”
구본삼 박사는 발표에서 역대기 족보가 단순한 이름의 나열이 아니라 역대기 전체의 신학적 의도와 공동체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서론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대기가 아담으로부터 시작해 포로 이후 귀환 공동체의 명단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족보로 시작하지만, 오랫동안 이러한 족보는 학문적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며 “특히 19세기 역사비평학자들은 역대기의 족보를 역사성이 결여된 부가적 자료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연구자들은 족보를 단순한 역사 기록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목적을 위해 작성된 문헌으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역대기 저자 역시 높은 문학적 의도를 가진 신학적 저자로 평가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연구 흐름은 역대기 족보가 단순한 자료가 아니라 공동체 정체성을 형성하는 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구 박사는 특히 족보 연구의 중요한 특징으로 ‘유동성’을 언급하며 “이는 동일한 족보가 서로 다른 기록에서 관계 변화나 이름의 추가, 또는 생략과 같은 형태로 달라질 수 있다는 특징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각 족보가 사용된 사회적 배경과 기록자의 의도를 반영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유다 지파 족보에 등장하는 ‘갈렙’의 문제를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구 박사는 “역대기에는 ‘헤스론의 아들 갈렙’과 ‘여분네의 아들 갈렙’이라는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가운데 여분네의 아들 갈렙은 본래 가나안 지역의 그니스 종족 출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다 지파의 인물로 기록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기록들이 단순히 서로 다른 전승이 아니라 역대기 저자의 신학적 의도 속에서 하나의 인물로 통합되는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며 “역대상 2장과 4장에 등장하는 다양한 갈렙 관련 이름들이 결국 ‘유다의 아들 헤스론의 후손 갈렙’이라는 하나의 계보로 수렴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통합 과정에서 ‘텔레스코핑’이라고 불리는 족보 압축 기법과 ‘악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텍스트 연결 구조가 활용되었다”며 “이를 통해 역대기 저자는 파편화된 과거의 기억을 하나의 일관된 이스라엘 역사로 재구성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계보 통합의 핵심 의미는 ‘이방 혈통의 포용’이라며 “본래 에돔계 그니스 사람으로 알려진 여분네의 아들 갈렙을 유다의 초기 조상 가문에 편입시킴으로써, 혈통적 순수성보다 여호와 신앙에 대한 충성과 공동체 기여가 참된 이스라엘의 기준”이라고 했다.
구 박사는 “포로 이후 예후드 공동체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로 형성된 상황에서 이러한 계보 재구성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며 “또한 레갑 가문이나 장인 공동체와 같은 주변 집단들도 유다 지파의 역사 속에 포함되면서 공동체 재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와 함께 갈렙 계보는 포로 이후 공동체의 영토적 정당성 역시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며 “헤브론을 중심으로 한 유다 남부 지역에서 베들레헴과 기럇여아림 등 북쪽 지역으로 이어지는 계보 배열은 갈렙 가문의 역사적 이동과 통합 과정을 반영한다”고 했다.
특히 “갈렙 후손 가운데 성막 건축가 브살렐이 등장한다는 점은 갈렙 가문이 다윗 왕조와 함께 성전 전통의 정통성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아울러 “역대기에 나타난 갈렙의 족보는 과거와 현재, 혈통과 신앙, 남부와 북부를 아우르는 통합의 서사”라며 “포로 이후 공동체에게 자신들이 단순한 지방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님 역사 속에서 이어진 위대한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 미가서와 스바냐서 비교 연구… “시온 심판 이후에도 여호와 통치는 계속”
이준혁 박사는 두 번째 발표에서 미가서와 스바냐서를 중심으로 시온의 심판 이후 여호와 통치가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비교 분석했다.
그는 “구약성경에서 시온이 여호와 하나님께서 왕으로 다스리며 임재하시는 장소로 이해되어 왔다”며 “특히 다윗과 솔로몬 시대를 거치며 시온은 예루살렘과 성전을 중심으로 한 신앙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고, 하나님이 선택하신 도성이라는 확신이 남유다 사회 전반에 깊이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확신은 때로 여호와의 임재가 예루살렘의 안전을 무조건적으로 보장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며 “미가와 스바냐는 바로 이러한 신앙의 왜곡을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가는 예루살렘 지도자들이 정의를 무너뜨리면서도 여호와의 임재를 안전 보장의 근거로 삼는 현실을 비판하며 시온이 밭처럼 갈아엎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스바냐 역시 예루살렘을 패역하고 부패한 도시로 묘사하며 여호와의 날을 통한 심판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선지서 모두 시온의 심판을 신학적 결론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심판 이후에도 여호와의 통치가 계속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두 선지서가 시온 심판 이후의 회복이라는 공통된 구조를 공유하지만, 여호와 통치가 드러나는 방식에서는 서로 다른 강조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먼저 미가서는 여호와의 통치가 다윗 계열과 연결된 목자적 지도자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나타난다”며 “이 인물은 여호와의 이름과 능력 안에서 백성을 돌보며 공동체의 질서와 안전을 회복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를 통해 여호와의 왕권이 역사 속 사건과 인물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면 스바냐서는 특정 지도자의 등장보다는 여호와의 직접적 통치를 강조한다”며 “심판 이후 여호와는 여전히 공동체 가운데 왕으로 계시며, 남은 자 공동체는 겸손과 공의, 정직으로 그 통치에 응답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두 선지서는 심판 이후 흩어진 백성을 하나님이 다시 모으신다는 회복의 메시지에서도 공통점을 보인다”며 “이러한 회복의 결과는 외부의 위협이 사라지고 평안한 삶이 회복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이러한 비교 연구를 통해 시온의 회복을 단일한 방식으로 이해하기보다 여호와 통치가 공동체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를 다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미가서와 스바냐서는 시온과 여호와 통치에 대한 공통된 신학적 전제를 공유하면서도 그 통치가 공동체 안에서 드러나는 경로와 중심을 서로 다르게 제시한다”며 “이는 선지서들이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여호와의 통치를 설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온의 회복은 특정 장소나 제도, 지도자에만 한정된 개념이 아니라 여호와의 통치가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인식되는가라는 질문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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