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한화오션조선소
데이비드 맥긴티 캐나다 국방부장관, 김민석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부터)이 2025년 10월30일 거제도 한화오션조선소에서 잠수함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독일의 TKMS를 캐나다 잠수함 함대를 건조할 업체로 선정했다고 6일 보도했다. ©뉴시스

캐나다가 약 60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오션 대신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성능 비교를 넘어 캐나다의 안보 전략과 나토 협력, 신속한 전력 보강 필요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는 자국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와 노르웨이 정부가 공동 제안한 212CD 잠수함을 선정했다. 한화오션도 최종 후보에 올라 경쟁했지만 최종 계약 대상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번 사업은 잠수함 12척 건조와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종합 군수지원, 수명주기 정비를 포함한 초대형 국방 조달 사업이다. 전체 규모는 약 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이번 결과를 한국 잠수함의 경쟁력 부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화오션의 기술력과 제안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캐나다가 중시한 외교·안보 전략과 방산 조달 방향이 독일·노르웨이 컨소시엄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의존 줄이고 유럽 안보 협력 강화

캐나다가 독일 TKMS를 선택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안보 전략 변화가 꼽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이어왔다.

이번 발표 역시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졌다. 선정된 독일과 노르웨이는 모두 캐나다의 핵심 나토 동맹국이다. 캐나다가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통해 유럽 방산 공급망과의 연결을 강화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캐나다 오타와 칼턴대학교의 군사조달 전문가 필립 라가세 교수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독일·노르웨이와의 군사 관계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이번 계약이 단순한 잠수함 도입을 넘어 캐나다의 방산 공급망을 미국 중심에서 유럽 중심으로 다변화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는 최근 미국산 전투기 의존도를 재검토하는 한편, 유럽산 방산 장비 도입 가능성도 확대하고 있다.

신속한 납기와 북극 작전 능력도 주요 변수

잠수함을 얼마나 빨리 인도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캐나다 해군은 현재 영국에서 중고로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3척은 정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작전 수행이 가능한 잠수함은 1척에 불과한 상황이다.

데이비드 패첼 캐나다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지난 5월 새 잠수함 도입 시점을 묻는 질문에 “어제라도 필요했다”고 말할 정도로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카니 총리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자국 해군에 배정된 잠수함 일부를 캐나다에 먼저 넘겨 인도 시기를 앞당기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긴급한 전력 보강이 필요한 캐나다 입장에서는 신속한 납기 가능성이 중요한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극 안보 전략 역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소로 꼽힌다. 캐나다는 북극 해역에서 장기간 은밀하게 감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잠수함 전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212CD 잠수함은 공기불요추진(AIP) 체계와 스텔스 성능을 바탕으로 장시간 은밀 작전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나토 공동 운용과 산업 협력 패키지 부각

독일 TKMS가 제안한 212CD 잠수함은 아직 실전 배치되지는 않았지만, 독일과 노르웨이가 동일 플랫폼으로 함께 운용할 예정이다. 캐나다가 이를 도입하면 훈련, 정비, 부품 조달, 성능 개량 등을 나토 동맹국들과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다.

나토 공급망과 공동 운용 체계는 독일 측의 강점으로 평가됐다. 특히 북극 해역에서 독일, 노르웨이 등 동맹국과의 연합 작전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캐나다의 안보 전략과 맞아떨어졌다.

가디언은 TKMS가 단순히 잠수함만 제안한 것이 아니라 희토류, 광업, 인공지능, 전기차 배터리 산업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한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 역시 나토 안보 협력 확대를 강조하며 수주전에 힘을 보탰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이 군 전력 강화뿐 아니라 유럽과의 산업·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경쟁력 인정, 협상 가능성도 남아

한화오션 역시 이번 경쟁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캐나다 정부는 두 업체 모두 군의 요구 조건을 충족했으며 각각 장단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화오션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해군에 잠수함을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캐나다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현지에서는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전개했고, 캐나다산 철강을 활용한 장갑차 생산 등 산업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가디언은 한화오션의 KSS-Ⅲ 배치Ⅱ 잠수함이 212CD보다 규모가 크고 장거리 작전과 무장 탑재 능력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업계에서도 한화오션 잠수함이 심해 장기 순찰과 화력 운용 능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캐나다가 이번 사업에서 더 중시한 것은 대형 무장 플랫폼보다 북극 해역에서 장기간 은밀하게 감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점에서 212CD 잠수함의 스텔스 성능과 나토 공동 운용 체계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카니 총리는 한국의 실망감을 이해한다며 이번 입찰 경쟁이 매우 치열했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측과의 최종 계약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화오션과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외신들은 결국 캐나다의 이번 선택이 잠수함 성능 경쟁만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극 안보 역량을 신속히 확보하려는 정책 방향이 독일·노르웨이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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