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처리된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
보존처리된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 ©뉴시스

140여 년 전 일본에서 처음 출판된 한글 성서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가 과학적 보존처리를 거쳐 제 모습을 되찾았다. 19세기 말 우리말의 형태를 간직한 이 자료는 기독교 선교사 연구와 국어학 연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국가등록문화유산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의 보존처리를 완료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보존처리는 훼손된 인쇄본의 상태를 안정화하고, 자료가 지닌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장기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진행됐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보존처리에 앞서 손상 원인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종이 재질과 인쇄 상태 등을 분석했다.

1885년 요코하마에서 출판된 첫 한글 성서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는 1885년 2월 일본 요코하마에 머물던 이수정이 번역한 책이다. 일본에서 출판된 최초의 한글 성서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기독교 초기 문헌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자료로 평가된다.

이 책은 1882년 존 로스가 조선인들과 함께 번역한 최초의 한글 성경인 ‘로스 번역 성경’과는 성격이 다르다. 로스 번역 성경이 평민층을 중심으로 번역된 데 비해,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는 양반 지식인층을 겨냥해 번역된 점이 특징이다.

이 자료는 기독교 선교사 연구뿐 아니라 19세기 말 국어의 형태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국어학적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12월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독특한 제본 구조와 시대적 흔적 보존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는 총 22장, 88면의 본문과 표지로 구성돼 있다. 인쇄본은 책등을 맞춘 뒤 세 개의 구멍을 뚫어 끈으로 묶은 독특한 제본 구조를 갖고 있다.

앞표지 안쪽에는 미국 성서공회인 ‘아메리칸 바이블 소사이어티’의 인쇄지가 부착돼 있다. 이는 당시 성서 출판과 유통의 배경을 보여주는 자료로, 책의 역사적 의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꼽힌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보존처리 과정에서 이러한 제본 구조와 부착 자료의 상태를 함께 점검했다. 단순히 훼손 부위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래의 제작 방식과 시대적 흔적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처리를 진행했다.

과학 분석 통해 종이 재질과 인쇄 성분 확인

보존처리에 앞서 진행된 과학 조사에서는 책의 종이 재질과 인쇄 상태가 분석됐다. 분석 결과, 표지와 내지는 초본류 섬유와 인피섬유를 혼합해 만든 종이로 확인됐다.

인피섬유는 식물 줄기 조직에서 얻는 섬유를 의미한다. 이번 분석을 통해 당시 인쇄본 제작에 사용된 종이의 구성과 재료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원활한 인쇄를 위해 종이 표면에 카올린 성분의 무기 충전제가 사용된 사실도 밝혀졌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손상 원인을 파악하고, 자료의 특성에 맞는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기독교사·국어학 연구 가치 재조명

이번 보존처리 완료로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의 자료적 가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한국어 성서 번역의 초기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인 동시에, 19세기 말 한글 문체와 어휘, 표기 양상을 살필 수 있는 문헌이다.

특히 양반 지식인층을 염두에 두고 번역됐다는 점에서 당시 한글 성서 번역의 수용 대상과 언어 전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국가등록문화유산의 안정적인 보존 기반을 마련했다. 과학적 조사와 보존처리를 거친 ‘신약 마가전 복음서 언해’는 앞으로 한국 기독교사와 국어학, 인쇄문화사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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