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성 박사
양기성 박사
한 사회의 품격은 잘못이 없는 데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서 나타난다. 최근 배재고 야구부를 둘러싼 논란과 그에 따른 징계는 단순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교육과 책임, 정의와 회복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공동체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질서와 규범이 있다. 학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학생이 공동체의 규범을 어겼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책임을 묻는 목적은 학생을 낙오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공동체를 회복하고 학생을 바르게 세우기 위한 데 있어야 한다.

성경은 "주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고 그가 받아들이시는 아들마다 채찍질하신다"(히브리서 12:6)고 말씀한다. 하나님의 징계는 미움이 아니라 사랑에서 시작된다. 목적은 파괴가 아니라 회복이며, 정죄가 아니라 성숙이다. 특별히 사도 바울은 공동체 안에서의 권면과 징계가 궁극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데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는 갈라디아서 6장 1절에서 "어떤 사람이 범죄한 일이 드러나거든 신령한 너희는 온유한 심령으로 그러한 자를 바로잡으라"고 권면한다. 잘못을 외면하지도 않았지만, 잘못한 사람을 버리지도 않았다. 또한 에베소서 4장 15절에서는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말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고 가르친다. 진리와 사랑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진리 없는 사랑은 방종이 되고, 사랑 없는 진리는 정죄가 된다.

존 웨슬리 역시 같은 정신을 강조하였다. 웨슬리는 죄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죄인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을 용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화의 은혜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죄 가운데 그대로 두시기 위해 용서하시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게 하시기 위해 용서하신다."는 신앙을 평생 실천하였다. 웨슬리의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었다. 그는 학생과 성도들의 인격을 세우고, 경건과 학문, 책임과 사랑이 함께 자라도록 돕는 것을 참된 교육으로 보았다. 오늘날 학교 교육도 이러한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잘못을 엄정하게 다루되 학생의 미래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승리하는 방법은 가르쳤지만 품격 있게 승리하는 방법도 가르쳤는가. 경쟁에서는 앞서는 법을 익혔지만 상대를 존중하고 공동체를 사랑하는 법도 함께 배웠는가. 이러한 질문 앞에서 학교뿐 아니라 가정과 교회, 사회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대 철학자 세네카는 "가장 훌륭한 벌은 다시는 같은 잘못을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처벌은 과거를 심판하지만 교육은 미래를 준비한다. 참된 징계는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의 여러 문제를 엄하게 책망하면서도 결국 공동체의 회복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고린도후서에서 회개한 사람을 용서하고 위로하여 "지나친 근심에 잠기지 않게 하라"고 권면하였다. 이것이 복음의 정신이다. 책임은 분명히 묻되 회복의 길도 열어 두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해리 S. 트루먼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를 두었다. "최종 책임은 여기에서 끝난다."는 뜻이다. 지도자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때 신뢰를 얻는다. 학교도, 학생도, 지도자도 이러한 책임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 오늘 대한민국은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작은 사건도 쉽게 정치화되고 감정적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교육은 분노가 아니라 지혜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의를 세우되 사랑을 잃지 말고, 책임을 요구하되 회복의 문도 닫지 말아야 한다. 배재고는 기독교 정신 위에 세워진 교육기관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더욱 무거운 교훈을 남긴다. 학교는 규율을 세우는 곳인 동시에 사람을 세우는 곳이어야 한다. 학생은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공동체는 그 학생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기독교 교육이며 복음의 정신이다.

존 웨슬리는 "복음에는 사회적 성결이 없다면 참된 성결도 없다."고 강조하였다. 한 사람의 변화는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공동체의 건강한 질서는 사회를 새롭게 만든다. 교회는 세상의 편을 드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의 원칙을 세우는 곳이다. 따라서 감정적인 비난보다 성경적 가치와 회복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배재고 야구부 사건은 한 학교만의 사건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 사회가 교육의 본질을 다시 세우고, 책임과 사랑, 정의와 회복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국가의 품격은 잘못이 없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잘못을 공정하게 다루고, 책임을 분명히 하며, 다시 일어설 기회를 마련해 주는 데서 비롯된다. 사도 바울이 가르친 회복의 복음과 존 웨슬리가 실천한 성결의 교육이 오늘 우리의 학교와 교회, 그리고 대한민국 가운데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한다. 처벌은 정의를 세우고, 교육은 사람을 세우며, 사랑은 공동체를 세운다. 이 세 가지가 함께할 때 대한민국은 더욱 성숙한 나라가 될 것이다.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교회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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