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국가 권력, 교회됨의 정치
도서 「교회와 국가 권력, 교회됨의 정치」

독재 권력에 대한 침묵과 동조, 정권 교체기에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극단적 편향성. 한국 기독교 역사 속에서 교회와 국가 권력의 관계는 오랫동안 뼈아픈 왜곡을 겪어왔다. 교회의 참된 공공성과 예언자적 사명이 흔들리는 오늘날,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신간 『교회와 국가 권력, 교회됨의 정치』가 출간되었다.

‘한국교회와공공성포럼’이 엮어낸 세 번째 결실인 이 책은, 교회사·기독교윤리학·신약학·조직신학을 전공한 네 명의 신학자가 모여 위기에 처한 교회를 향한 치열한 신학적 응답을 내놓는다.

무비판적인 ‘정교분리’를 문제화하다

우리는 흔히 ‘정교분리(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절대적인 규범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책은 서구 기독교 체계 속에서 형성된 이 원칙이 한국의 종교 지형을 어떻게 기형적으로 재구성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우리는 정교분리를 ‘규범’으로만 삼지 말고 정교분리 자체를 ‘문제화’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정교분리가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수용되었으며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효과를 산출하고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자들은 1980년대 이후 한국 교회의 정치적 행적을 꼼꼼히 추적하며, 정교분리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불의한 권력에 대한 침묵을 날카롭게 반성한다.

폭력적 진리 주장을 넘어선 ‘겸손한 모호함’

이 책은 특정 진영의 선명한 깃발 아래 도덕적 완전주의를 뽐내는 방식의 정치 참여를 경계한다. 대신 16세기 아나뱁티스트-메노나이트 선조들의 비폭력 평화신학을 제안한다.

자신만이 옳다는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인식론을 내려놓고, 세상의 복잡성과 신비로움이 주는 ‘모호함’을 겸손히 껴안자는 것이다. 충돌하는 다양한 입장 속에서도 비폭력의 방식으로 끝내 공동선을 분별하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책임임을 일깨운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정치, ‘교회됨’

책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의 신학을 빌려 주장하는 “교회를 교회 되게 하라”는 윤리다.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과제는 세상을 변혁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세우는 것이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 전적으로 구별된 대조 사회를 가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참된 변혁은 교회가 세상의 권력을 쥐고 훈계할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국가나 제도가 이룰 수 없는 생명과 평화의 ‘대안 사회(대조 사회)’로서 스스로 굳건히 설 때, 교회는 그 존재 자체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선교를 수행하게 된다.

『교회와 국가 권력, 교회됨의 정치』는 권력의 편이 아닌 진리의 편에서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파수꾼’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책이다. 얄팍한 진영 논리와 편협한 이슈에 갇혀 길을 잃은 한국 교회에, 살맛 나는 미래를 향한 무겁고도 귀중한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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