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5장 5–6절에서 바울은 그리스도인이 가진 소망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말한다.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는 환난 가운데서도 소망을 품는다. 그 소망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는 확신이다. 현재의 고난이 아무리 크다 해도, 하나님께서 이루실 영광의 세계가 있기에 그 소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고난 앞에서 소망을 붙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환난이 길어지고 현실이 어두워지면 마음은 흔들리기 쉽다. 바울 자신도 복음을 전하다 감옥에 갇혔고, 많은 사람이 그를 떠났다. 그러나 바울은 자신의 고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믿는 분을 알았고, 자신이 의탁한 것을 주께서 그날까지 능히 지키실 줄 확신했다. 이것이 소망을 가진 자의 믿음이다.
바울은 이 소망이 부끄럽지 않은 이유를 분명히 말한다.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 성령은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부어 주시는 분이다. 머리로만 아는 사랑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흘러넘치는 사랑이다. 이 사랑이 부어진 사람은 환난 중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어떤 고통도 그 사랑을 빼앗을 수 없고, 어떤 시련도 그 평화를 삼킬 수 없다.
믿는 자의 마음은 하나님의 사랑이 담기는 그릇과 같다. 세상의 영으로 채워지면 두려움과 욕망과 불안이 우리를 지배하지만, 하나님의 영이 우리 안에 거하시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람이 된다. 성령께서 부어 주시는 사랑은 우리를 두려움에서 건지고, 환난 속에서도 기쁨을 잃지 않게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소망은 부끄럽지 않다. 그 소망의 근거가 우리 자신의 힘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부어진 하나님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바울은 이어서 복음의 가장 깊은 사랑을 선포한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 여기서 “연약할 때”란 스스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이 모든 것을 시도해 보았지만, 자신의 죄와 절망을 해결할 수 없었던 때다. 인간의 힘과 지혜로는 길을 찾을 수 없던 그때, 하나님께서 구원의 길을 여셨다.
“기약대로”라는 말은 하나님의 때를 보여준다.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때가 차매 하나님께서 아들을 보내셨다. 인간의 역사와 문명이 자기 힘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음을 드러낸 그때, 하나님은 독생자를 보내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가장 알맞은 때에 역사 속에 나타난 사건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리스도께서 의인을 위해 죽으신 것이 아니라,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해 죽으셨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 싫어하고, 하나님 없이 살려 했던 자들을 위해 주님은 죽으셨다. 이것이 복음이다. 우리가 사랑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주님이 오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하고 경건하지 않을 때,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
이 사랑은 요한복음 3장 16절의 말씀과도 맞닿아 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다. 바울은 같은 복음을 다른 언어로 전한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다.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강해진 뒤에 찾아온 사랑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무력하고 죄 가운데 있을 때 먼저 찾아온 사랑이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이 소망을 붙들고 있는가. 환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사랑이 내 마음에 부어졌다는 사실을 믿고 있는가. 또한 내가 아직 연약할 때, 경건하지 않은 자였을 때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죽으셨다는 복음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소망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 성령께서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부어 주셨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기약대로 죽으셨다. 이 사랑을 받은 자는 환난 중에도 소망을 잃지 않는다. 그 소망은 결국 하나님의 영광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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