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5장 3–4절에서 바울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가 누리는 또 하나의 은혜를 말한다. 그것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는 것이다.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고 은혜 안에 서게 된 사람은 이제 고난을 전혀 겪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믿음의 길에는 환난이 있다. 그러나 그 환난은 믿는 자를 무너뜨리는 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더 깊은 소망으로 이끄시는 과정이 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셨다. 믿음의 길은 넓고 편한 길만이 아니다. 악한 세상 가운데 그리스도의 의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자에게는 반드시 시련과 고난이 따른다. 바울도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고난을 이상한 일처럼 여기지 않는다. 고난은 믿음의 길에서 만나는 낯선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빚어 가시는 통로다.
바울은 환난이 인내를 이룬다고 말한다. 인내는 단순히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일하실 것을 믿고 기다리는 힘이다. 씨가 땅에 뿌려진 뒤 열매를 맺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믿음의 사람에게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좋은 땅에 떨어진 말씀은 인내로 결실한다. 사랑도 모든 것을 참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는 것이다.
인내는 연단을 이룬다. 연단은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더 온전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금이 불 속에서 찌꺼기를 제거하고 정금으로 나아가듯, 믿는 자의 신앙도 환난과 인내를 지나며 정결해진다. 당시에는 고난이 즐거워 보이지 않고 슬퍼 보이지만, 하나님은 그 과정을 통해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하시고 의와 평강의 열매를 맺게 하신다.
신앙의 성숙은 환난을 피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환난을 지나며 하나님을 더 깊이 의지할 때 온다. 미숙한 신앙은 고난 앞에서 쉽게 흔들리지만, 성숙한 신앙은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과 사랑을 바라본다. 하나님께서 나를 버리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사랑하시기에 연단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래서 믿는 자는 고난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한다.
바울은 연단이 소망을 이룬다고 말한다. 그리스도인의 소망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장차 이루실 영광을 오늘의 현실 속으로 끌어와 붙드는 믿음이다. 지금의 환난은 잠시지만, 하나님께서 이루실 영광은 영원하다. 이 소망이 오늘의 고난을 삼킨다. 미래의 영광을 바라보는 사람은 현재의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고난은 우리를 하나님께 더 가까이 이끈다. 바울은 환난을 통해 하나님의 위로를 알게 되고, 또한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만 의지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환난은 우리의 힘을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을 배우는 자리다. 우리가 약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참된 소망이 되신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환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고난이 찾아올 때 그것을 단지 불행으로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믿음의 사람에게 환난은 끝이 아니다. 환난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연단을 이루며, 연단은 소망으로 우리를 이끈다.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우리를 더 깊고 단단한 믿음의 사람으로 세우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환난 중에도 즐거워할 수 있다. 그것은 고난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고난을 통해 이루실 선한 열매를 믿기 때문이다. 십자가 뒤에 부활이 있었듯이, 믿는 자의 환난 뒤에는 소망이 있다. 오늘도 고난 가운데 낙심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이루실 영광을 바라보며 인내로 믿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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