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미아매요'를 운영하는 허하나씨
유튜브 채널 '미아매요'를 운영하는 허하나씨. ©뉴시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가 아이의 일상을 꾸준히 기록하는 일이 양육의 어려움을 견디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부모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유튜브 채널 ‘미아매요’ 운영자 허하나씨는 아이의 모습을 3년째 거의 매일 기록하며 자녀만의 감정 변화와 생활 리듬을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남 순천에서 9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키우는 허씨는 장애 아동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어려움 없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토리로드’라는 단체도 운영하고 있다. 단체 이름에는 부모가 아이의 길이 되어주자는 뜻이 담겼다.

허씨는 자녀가 만 2세일 때부터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주변 아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며 장애 가능성을 예감했지만, 당시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그는 “그때는 불안도 컸고 장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컸다”며 “아이의 미래도, 내 미래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상 장애 아동의 부모가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허씨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주변의 도움을 꼽았다. 그는 발달장애 아동을 교육했던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감정 변화 기록하며 양육의 실마리 찾아

허씨는 발달장애 아동 양육에서 어려운 점으로 의사소통과 도전행동을 들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이나 요구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할 때 울거나 뛰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자해나 타인에 대한 공격적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허씨는 아이가 유난히 감정 조절을 어려워하고 분노가 크게 폭발하는 시기를 ‘분노 폭발 시즌’이라고 불렀다. 그는 자녀의 일상을 약 3년째 기록하면서 1년에 2~3차례 정도 이러한 시기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허씨는 “예전에는 이 시기가 이대로 굳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더 강하게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기록을 하다 보니 이 시기는 아이가 스스로 어쩔 수 없는 감정을 폭발하는 시기이고, 지나고 나면 다시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마다 상황은 다를 수 있다면서도 발달장애 부모들에게 아이를 기록해보라고 권했다. 기록을 통해 아이만의 리듬이 보이면 부모도 조금은 버틸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숨기기보다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허씨는 장애 아동을 향한 사회적 시선이 여전히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고 했다. 아이가 기분이 좋거나 싫을 때 큰 소리를 내면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고, 이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는 일 자체가 어려워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아이를 조용히 시키려고만 했지만, 지금은 숨기기보다 상황을 드러내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조용히 타이르기보다 주변 사람들이 아이가 엄마 말을 따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더 분명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나올 때도 힘으로 통제하기보다 함께 있는 사람에게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했다. 허씨는 이런 과정이 장애 아동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해의 출발점이라고 봤다.

그는 장애가 특별하거나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을 시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대신,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이웃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봄 공백과 정책 연결 체계 필요성 강조

허씨는 발달장애 아동과 가족이 교육과 돌봄 정책에서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고 말했다. 특수학교가 아닌 경우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방과후 활동이나 돌봄을 운영하는 학교가 많지 않아 결국 돌봄 부담은 부모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방학 기간에는 돌봄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놀이터나 키즈카페처럼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자라날수록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꼽았다.

허씨는 장애인과 가족의 목소리가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사회적 소수자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니면 어려움을 온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를 처음 마주한 부모들이 장애 등록, 치료센터 탐색, 지원 제도 확인 등을 대부분 직접 알아봐야 하는 현실도 지적했다. 어디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한곳에서 안내하고 연결해주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 부모 공동체 통해 위로와 정보 나눠

허씨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좌절하기보다 다른 발달장애 부모들과 공동육아를 이어가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부모들과 만나며 위로를 얻고, 필요한 정보도 나누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유튜브 채널 ‘미아매요’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이 미디어에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봤다. 장애를 특별한 이야기로만 소비하기보다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주 접하게 될 때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거리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허씨는 오는 9월 발달장애 아동 6명이 함께하는 사진전 ‘투명한 마음’을 준비하고 있다. 11월에는 발달장애 부모들과 함께하는 워크숍 ‘도토리 대통합의 날’도 열 계획이다. 이 밖에도 매달 감정일기, 포토크루 등 작은 도전을 이어가며 여러 발달장애 부모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비슷한 상황의 부모들을 만나보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다른 부모를 꼭 만나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지만, 함께 이야기하고 속마음을 나누다 보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했다.

허씨는 “장애여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아이를 조금씩 있는 그대로 보게 됐고, 아이의 장애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에 대해서도 “아이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자랐으면 좋겠다”며 “지금도 충분히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했다. 이어 “사람에 대한 의심도, 경계도 없이 모두가 자기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믿고 다가가는 지금의 모습이 참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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