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열린 추가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21일로 예고됐던 총파업을 유보했다. 파업 예정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노사가 성과급 배분 방식과 자사주 지급안 등을 놓고 접점을 찾으면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일단 중대 고비를 넘기게 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오후 수원 경기고용노동청에서 김 장관의 주선으로 자율 교섭을 진행했고, 자정을 앞두고 극적으로 잠정합의안 마련에 이르렀다. 이번 교섭은 앞서 진행된 2차 사후조정이 성과급 재원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된 뒤 다시 열린 자리였다.
삼성전자는 잠정합의가 이뤄진 뒤 임직원들에게 21일 정상 출근을 안내했다. 노조도 당초 21일로 예정했던 총파업을 유보하고, 조합원들에게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 총파업 하루 앞두고 추가 교섭… 노사, 막판 합의안 도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8일부터 2차 사후조정을 이어갔으나, 성과급 재원과 배분 방식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조정이 결렬되면서 총파업 가능성이 현실화됐고,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삼성전자 노사관계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상황이 악화되자 김 장관은 노사를 다시 불러 추가 교섭을 주선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주재한 이번 협상에서는 성과 배분 방식과 지급 조건, 특별 보상 제도화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고, 노사는 파업 예고일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번 잠정합의는 노사가 기존 입장을 일부 조정하면서 이뤄졌다. 회사는 성과 배분의 기준과 조건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최종 수용 여부를 묻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총파업은 즉각 실행되지 않고 유보됐다.
◈ 성과급 재원 10.5%로 설정… DS 부문 목표 달성 여부가 핵심
이번 잠정합의안의 핵심에는 성과급 배분 방식이 놓였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성과급은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마련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그동안 노사 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던 성과급 재원 산정 방식이 잠정적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성과급 지급 조건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의 목표 달성 여부와 연동됐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는 영업이익 200조 원을 달성할 경우, 2029년부터 2035년까지는 영업이익 100조 원을 달성할 경우 지급되는 조건이 붙었다. 이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 회복과 장기 목표 달성 여부를 성과 보상과 연결한 방식이다.
지급 방식도 구체화됐다. DS 부문 성과급은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적용 범위는 DS 부문으로 한정됐다. DX 부문, 즉 가전·모바일 부문에는 600만 원 규모의 자사주가 별도로 지급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 노조, 22일부터 27일까지 찬반투표… 최종 수용 여부 결정
노조는 이번 잠정합의에 따라 21일 예정했던 총파업을 유보하고, 22일부터 27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에 따라 잠정합의안의 최종 수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교섭을 마친 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잠정 합의안 투표 운영과 조합원 소통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회사 측에서 1년간 적자 사업부 배분 방식에 대해 유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측을 대표해 협상에 나선 여명구 삼성전자 피플팀장은 이번 합의가 상생의 노사 문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 팀장은 회사가 합의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이번 논의를 통해 특별 보상 제도에 대한 제도화를 구체화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 고용노동부 “노사 한 발씩 양보”… 경총도 “파업 피한 것은 다행”
김 장관은 이번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에 대해 노사가 각각의 입장 속에서도 접점을 찾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분배 방식을 두고 회사는 원칙을 고수했고, 노조는 노조대로 사정이 있었지만,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해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어 “삼성전자가 이번 합의를 통해 기술과 노사관계 모두에서 다시 국민 기업다운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잠정합의가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갈등을 대화로 전환했다는 점에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재계도 안도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데 대해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경총은 이어 “이번 합의는 반도체 경쟁 심화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등 엄중한 경영 환경 속에서 파업을 막기 위해 노사가 한발씩 물러나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는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최종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다만 총파업이 예고됐던 상황에서 노사가 성과급과 자사주 지급안을 포함한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당분간 조합원 투표 결과를 중심으로 다시 흐름이 정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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