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노조의 총파업이 임박하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사 협상이 최종 결렬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기업 내부 갈등이 아닌 국가 경제 전반과 직결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노조의 총파업 강행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생산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흔들린 생산 체계와 고객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공급망 신뢰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사후 수습보다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반도체 생산 차질, 국가경제 전체 흔들 수 있어”
학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피해 규모가 개별 기업 수준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하루 최대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파업 장기화 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최대 1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했다.
노조 측 역시 자체적으로 생산 차질 규모를 20조원에서 30조원 수준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현행법상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인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에 해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시경제 측면의 우려도 적지 않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약 20~3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78%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주식시장 충격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생산 차질과 실적 악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자본시장 전체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총파업 사안이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461만 소액주주와 1700여 협력업체의 생계, 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과도 직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긴급조정권 발동 요구 커져
이처럼 삼성전자 총파업이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최대 30일간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 가운데 하나”라며 “파업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그 여파는 과거 항공업계 파업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상황은 국가 경제적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정부 역시 국가 경제와 공공성에 중대한 영향이 예상될 경우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과 2005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당시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행사했다.
특히 1993년 현대차 사례는 제조업 분야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정부는 자동차와 조선 산업의 생산 차질이 국가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반도체 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당시 자동차 산업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AI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생산 공백은 단기간의 손실을 넘어 국가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재계도 잇단 우려 표명
정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잇따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파업은 절대 안 된다”며 노사 간 원칙 있는 협상을 촉구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노동계의 과도한 요구가 다른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지난달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 사태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으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삼성전자는 형식상 사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기업에 가깝다”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까지 연결된 문제”라며 “노조가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정부가 법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한번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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