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은 로마서 1장 27–28절에서 죄의 마지막 단계를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한 도덕적 일탈이 아니라,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 싫어한 선택의 귀결이다. 하나님을 잃어버린 인간의 내면에는 공백이 생기고, 그 빈자리는 곧 욕망으로 채워진다. 바울은 이를 “순리를 버린 삶”이라고 부른다. 창조의 질서에서 이탈한 인간은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잃는다.
인간은 하나님 없이도 충분히 품위 있고 선하게 살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바울은 그것이 착각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중심에서 하나님이 사라지는 순간, 옳고 그름을 가늠하던 기준 역시 무너진다. 윤리는 취향이 되고, 질서는 억압으로 오해된다. 그 결과 인간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 채 욕망의 노예가 된다. 성적 타락은 그중 한 증상일 뿐이며, 더 깊은 문제는 예배의 대상이 바뀌었다는 데 있다.
바울은 28절에서 결정적인 진단을 내린다.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이것이 모든 붕괴의 출발점이다. 하나님을 배제한 이성은 스스로 지혜롭다 여기지만, 실상은 상실한 마음으로 전락한다. 하나님을 기억하지 않으려는 선택은 중립이 아니라 방향 상실이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어버려 두신다. 이는 잔혹한 방임이 아니라, 끝까지 존중하시는 자유의 무게다.
“내어버려 두심”은 하나님의 무관심이 아니다. 오히려 깊은 슬픔을 동반한 결정이다. 사랑은 강요될 수 없기에, 하나님은 인간이 끝내 거부한 길을 대신 선택해 주지 않으신다. 그 선택의 결과를 스스로 감당하게 하실 뿐이다. 바울이 말하는 진노는 파괴를 즐기는 분노가 아니라, 생명의 근원을 떠난 인간이 맞닥뜨리는 필연적 공허다.
로마서 1장 27–28절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묻는다. 우리는 정말 하나님을 마음에 두고 있는가, 아니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한켠으로 밀어내고 있는가. 하나님을 마음에서 지울수록 삶의 질서는 흐려진다. 그러나 하나님을 다시 중심에 모실 때, 인간은 욕망의 노예가 아니라 창조의 질서 안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회복된다. 상실한 마음은 되돌릴 수 있다. 다시 하나님을 마음에 두는 자리에서부터 회복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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