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 본부
일본 도쿄에 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 본부 ©Wikimedia Commons
일본 법원이 고액 헌금 논란에 휩싸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해산 명령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교단은 종교법인 지위를 상실하고, 법원이 선임한 청산인이 재산을 관리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도쿄고등재판소는 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제기한 해산 명령 청구 사건에서 1심인 도쿄지방재판소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신자들을 상대로 한 위법한 헌금 권유가 이어졌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해산은 필요하고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교단이 내부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이번 2심 판결은 즉시 효력을 갖는다. 이에 따라 법원이 지정한 청산인이 교단 재산을 조사·관리하고, 헌금 피해자에 대한 변제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종교법인 자격이 박탈되면서 세제 혜택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만 종교 활동 자체가 전면 금지되는 것은 아니어서, 임의 종교단체 형태로는 존속할 수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가정연합이 1980년대 이후 약 40년간 조직적으로 고액 헌금을 권유해 최소 1천500명 이상에게 약 204억엔(한화 약 1천9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공공의 복리를 크게 해쳤다고 판단했다. 민법상 불법 행위를 근거로 종교법인 해산 명령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해산이 확정된 종교법인은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 등 형사 사건에 연루된 단체들이다.

교단 측은 2009년 ‘준법 선언’ 이후 자정 노력을 이어왔고, 일부 피해자들에게 39억엔 규모의 보상을 실시했다며 해산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교단은 최근 직원 약 1천200명 중 500명가량을 조기 퇴직시키고 수백억 원대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기준 교단 자산은 약 1천181억엔(약 1조1천억원)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국가 측 주장이 인정됐다”며 관계 부처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 조치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후속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안은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건 이후 급물살을 탔다. 피의자가 어머니의 거액 헌금으로 가정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진술하면서, 교단의 헌금 관행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고, 이를 계기로 문부과학성이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가정연합 측은 “부당한 판단”이라며 최고재판소에 특별항고를 포함한 불복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최고재판소가 판단을 뒤집을 경우 청산 절차는 중단된다. 다만 현행 종교법인법에 따라 2심 판단만으로도 집행은 우선 이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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