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국 교수(백석대 실천신학)가 30일 복음과 도시 홈페이지에 ‘이타주의적인 악’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최 교수는 “스스로를 점검하고 긴장하지 않을 때, 교회는 이타주의적인 악에 빠질 수 있다”며 “이타주의적인 악(altruistic evil)은 높은 이상과 선한 명분을 내세우며 자행하는 악이다. 이 악은 개인의 악의에서 비롯되기보다는, 신념과 체계, 그리고 ‘옳음’에 대한 확신이 결합될 때 발생한다. 교회는 바로 이 지점에서 스스로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타주의적인 악은 흔히 병적인 이원론의 정신 구조에서 발생한다. 이원론은 정신과 몸, 거룩한 영역과 세속적 영역, 내부와 외부를 날카롭게 분리하며, 언제나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교회는 사람들을 하나님의 오이코스(oikos, 집)의 관점에서 보기보다, 교회 안과 밖, 신자와 비신자로 구분하기 시작한다”며 “그 결과 교회에 속하지 않은 미그리스도인들(not-yet-Christians)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이웃이 아니라, 단지 ‘구원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된다. 그들은 더 이상 하나님의 집에 속한 이웃이나 인류 공동선을 함께 만들어 갈 동반자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교회가 미그리스도인들을 인간 이전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할 때, 교회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비인간화한다”며 “일반 은총이 타락 이후에도 인류의 공익을 위해 계속되고 있다는 신학적 통찰은 이 지점에서 쉽게 망각된다. 하나님께서 예술과 과학, 철학과 의학, 정치와 사회 질서를 통해 차별 없이 베푸시는 선물은, 교회 바깥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라고 했다.
또한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문제는 교회의 선교 열심이 아니다. 문제는 교회의 신학적 확신도 아니다. 문제는 교회가 그 열심과 확신 속에서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영적 공동선과 사회적 공동선을 구분하지 못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분리하고 단절시킬 때 문제가 된다. 두 영역은 구분될 수는 있지만, 결코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회적 공동선을 위한 일반 은총은 그리스도인과 미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수여된다. 더 나아가 인류의 공익을 위해 베풀어진 일반 은총은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 가운데서 교회의 영적 공익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가 교회만의 주가 아니라, 온 인류의 공익을 위한 주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하나님은 그리스도인의 하나님이시지만, 동시에 전 인류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우리가 서로의 공헌을 인정하며, 우리 모두 위에 존재하는 정의와 사랑의 하나님”이라며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경우에도 그 누구도 배타와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회가 세상을 빛의 자녀들과 어둠의 자식들로 나누는 순간, 교회는 구원의 이름으로 타자를 비인간화하며 이타주의적인 악을 자행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는 미그리스도인이나 종교적 타자를 혐오하는 일을 철저히 거부해야 한다. 교회는 이타주의적인 악이 아니라, 이타주의적인 선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누구도 배타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과 존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라며 “하나님은 교회에 광장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타인을 혐오하지 말고,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 인정하며 복이 되는 삶을 살아가라고 요청하신다”고 했다.
아울러 “테레사 수녀는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서 사역했지만, 인도인들을 사랑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녀는 생명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며 “바울이 회심 이후 생명을 걸고 허물었던 것도 선민사상이었다. 우리가 하나님 편에 더 가까이 선다는 것은, 하나님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생명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다. 생명의 의미를 진실로 아는 사람은 그 생명의 모양과 색깔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를 사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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