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연설 행사와 관련해 지난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 모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가 해당 행사를 두고 “윤영호의 물귀신 작전”이라며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윤 전 본부장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모든 행위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 통일교 수뇌부 재판, 3차 공판 진행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이모 전 재정국장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통일교 부회장과 천주평화연합(UPF) 한국회장을 지낸 전직 고위 간부 이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특검과 피고인 측의 질의에 답했다.
이씨는 윤 전 본부장과 함께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한 통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로 지목돼 왔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와 펜스 전 부통령 연설을 둘러싼 통일교 내부 의사결정 과정과 정치권 접촉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 “보험 행사” 주장과 “평화 행사” 반박
특검팀은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가 통일교 자금을 활용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측에 이른바 ‘보험’을 들기 위해 기획된 정치적 행사였다는 취지로 신문을 이어갔다. 특히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함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지우고 신세를 지게 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해당 행사가 통일교의 종교적 비전과 평화 이념을 실현하고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제적 평화 행사였을 뿐,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상대로 한 보험성 정치 개입이나 대선 개입을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정치적 계산이나 거래가 아니라 평화를 위한 행사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 ‘대선 후보에게 신세를 지게 해야 한다’ 발언 공방
특검 측은 윤 전 본부장이 ‘대선 후보에게 신세를 지게 해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과 관련해, 증인이 과거 녹취록에서 “대선 후보가 통일교 덕을 보게 만들어 보험을 드는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제시하며 그 의미를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민주당의 경우 그러한 접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자신의 진술은 윤 전 본부장의 주장을 이해한 수준에서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씨는 대선 국면에서의 보험 전략과 후보에게 신세를 지우려는 구상, 특정 후보 지지 전략, 대선 관련 재정 지원, 펜스 전 부통령 만남 비용 문제, 통일교 인사 및 재정 운용 전반이 모두 윤 전 본부장의 구상과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윤 전 본부장이 한학자 총재의 신뢰와 권위를 활용해 자신의 전략을 조직 전반에 관철시켰다고 증언했다.
◆ “물귀신 작전” 주장에 윤영호 강력 반발
이씨는 “윤영호씨는 한학자 총재님의 사랑과 신뢰를 이용해 조직과 재정을 장악했고, 이를 통해 조직을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본부장이 스스로 ‘꼬리 자르기’를 언급한 점을 들어 이를 “물귀신 작전”이라고 표현하며, 이러한 행위가 교단 전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이 대선 3~4주 전 윤 전 본부장이 ‘윤석열 후보가 좋겠다’, ‘한학자 총재가 윤석열을 지지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 묻자, 이씨는 해당 발언 역시 윤 전 본부장의 물귀신 작전이며 한 총재의 이름을 빌려 명분을 만들려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본부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이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며, 자신이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은 한학자 총재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행사와 관련해 윤석열 후보 측뿐 아니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 측에서도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법정에서 “물귀신 작전이라는 주장 자체가 개그콘서트 같다”며 “제가 독단적으로 프레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어머님, 즉 한학자 총재의 지시였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제 의중을 드러낼 수 없는 입장이었고,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것이 신앙의 방식이라고 믿어왔다”며 절대적 사랑과 복종이라는 자신의 신앙관을 언급했다.
◆ “펜스 연설 소식에 여야 모두 연락”
윤 전 본부장은 당시 행사에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연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윤석열 후보 측과 이재명 후보 측 모두에서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후보 측은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연락을 해왔고, 제주에 머물던 이재명 후보 측은 비대면 방식의 참여를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당시 행사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 캠프 인사들이 중간에서 연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의 증언에 대해 “기억에 왜곡이나 조작이 있는 것 같다”며 거듭 반박했다.
이번 공판에서는 펜스 전 부통령 연설 행사를 둘러싼 통일교 내부 인사들의 상반된 진술이 이어지면서, 대선 개입 의혹과 한학자 총재의 지시 여부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법정에서 첨예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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