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이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침체된 대미 자동차 수출이 회복 국면에 들어설지 주목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지난 3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대미 수출이 이번 협상에서 품목별 관세가 현행 25%에서 15%로 인하될 경우,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반등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5197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관세 인하를 통한 대미 수출 정상화가 현실화된다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연간 7000억 달러 수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9월 자동차 수출액은 540억8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미국과 북미 지역의 수출은 감소했으나,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호조세가 이를 상쇄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북미와 미국 수출은 각각 268억3300만 달러(-11.9%), 226억6900만 달러(-14.4%)로 전년보다 줄었다. 지난해 342억 달러를 기록한 대미 자동차 수출은 현재 약 66%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EU 72억4900만 달러(24.8%) ▲기타 유럽 48억9000만 달러(34.8%) ▲아시아 58억4800만 달러(38.7%) ▲중동 38억7100만 달러(6.0%) ▲중남미 22억1700만 달러(10.2%) 등에서는 수출이 늘며 관세 여파를 일정 부분 상쇄했다.
업계는 자동차 수출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함께, 미국이 자국 내 수입 자동차에 부과하는 25% 관세를 경쟁국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 한미 정상이 직접 만나 협상에 서명하고 세부 조율을 진행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투자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단계적 투자, 보증·대출 확대, 원화 투자 활용, 그리고 양국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가동 등 교역 패키지를 포함한 합의문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미국 출장 후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 일정 부분 컨센서스가 형성됐고, 이를 바탕으로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3500억 달러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랬다면 협상이 진척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이 상당 부분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대미 자동차 관세 인하 시기의 명문화 여부다. 정부는 지난 7월 한미 협상에서 관세 인하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려 했으나, 미국의 신중한 태도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국 고위급 협상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만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발표될 합의문에 자동차 관세율 인하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기간 관세 인하 효과와 연말 경기 회복세가 맞물리면, 연간 7000억 달러 수출 달성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APEC 정상회의 전후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협상이 양국 간 실질적 협력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정상 간 방향성이 이번 회담에서 도출된다면, 한미 관세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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