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동일초등학교 정문 앞, 스승의 날인 5일 아침 8시 20분. 봄비가 가늘게 내리는 가운데, 아이들의 손에 들린 붉은 카네이션과 따뜻한 인사말이 교문을 가득 채웠다. 이날 동일초등학교는 스승의 날을 맞아 ‘출근길 맞이 행사’를 열고,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교 정문 옆에는 “선생님 고맙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입간판이 세워졌고, 그 옆으로는 학생들이 줄을 지어 서서 출근하는 교사들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교사 한 명 한 명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고, 준비한 꽃과 손편지를 정성껏 전달했다. 몇몇 학생은 수줍게 꽃을 내밀었고, 교사들은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화답했다. 누군가는 꽃으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운 듯 웃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태일 교장을 비롯해 김태식 서울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도 함께했다. 두 사람은 현장에서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선생님들이 깜짝 놀라셨을 것”, “아마도 이런 경험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6학년 담임 교사이자 부장교사인 백남인 씨는 “아침부터 비가 와서 기분이 가라앉았는데, 덕분에 즐겁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요즘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안 좋은 뉴스들이 많지만, 이런 날이 있기 때문에 다시 교직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마음도 이날 행사에 고스란히 담겼다. 행사에 참여한 6학년 이지민 양은 “선생님들께 꽃을 직접 전해드릴 수 있어서 정말 뿌듯했다”며 “늘 저희를 위해 애써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오늘은 평소처럼 저희를 따뜻하게 보듬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손끝에서 전해진 카네이션 한 송이는 교사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했다. 1학년 2반을 맡고 있는 류현아 교사는 올해로 교직 19년 차다. 그는 “아침에 내리는 비에 우울했는데, 아이들에게 꽃을 받고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며 “교직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교사라는 직업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류 교사는 “한때는 학교 안에서조차 스승의 날을 조용히 지나가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가 먼저 스승의 날을 의미 있게 보내야만, 밖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실습 중인 교생 교사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의 길에 대한 각오를 새로이 다졌다.
교생 안지호(21) 씨는 이날 실습 나흘째를 맞아 처음으로 학생들로부터 카네이션을 받았다. 그는 “그동안은 ‘교육대 학생’이라는 정체성이었는데, 실습을 하면서 교사로서 첫 발을 내딛고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씨는 교대 진학을 결정했을 당시, 주변에서 걱정의 목소리도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많다 보니 우려하는 분들도 계셨다”며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고, 그런 기억을 누군가에게도 선물해주고 싶어서 이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비 내리는 아침, 짧은 순간이었지만 카네이션 한 송이와 아이들의 인사는 교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특별한 하루를 선물했다. 교실 안에서의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교육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진심 어린 ‘고맙습니다’ 한마디가 스승의 날을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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