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5월이 오면 필자는 주체하기 어려운 설렘이 있다. 가정의 달이며 어린이날, 어버이날, 청소년의 날 등 가족을 기념하는 날들이 겹쳐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올해로 제26회를 맞은 영화제에서 필자는 7편의 영화를 예매하고 전주로 향했다. 당초 1박 2일 일정이었으나, 막상 와보니 좋은 영화가 너무 많아 하루를 더 연장해 총 10편의 영화를 관람했다. 필자는 ‘인생은 영화 같고, 영화는 인생을 성장시킨다’는 지론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독립영화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며, 57개국에서 224편의 영화가 참여했다. 특별전은 “다시 민주주의로”라는 주제로, 최근 한국 사회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해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상영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함께 진행되었다.

필자가 본 영화들의 국적은 인도, 이란, 멕시코, 폴란드, 필리핀 등 총 9개국에 달했다. 영화를 통해 각 나라의 사회 문제, 삶의 단편, 그리고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를 더 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류가 살아가는 세계가 얼마나 다양한 문제와 역사, 문화를 지니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몇 편의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이란 영화 <돌아온 구구시>는 이란의 전설적인 대중 가수 구구시가 이슬람 혁명으로 인해 겪었던 현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그녀는 20여 년간 자국에서 최고의 가수로 활동했으나, 혁명 이후 이란 정부의 규제와 전통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20년 동안 자택에 감금되었다. 그러다 극적으로 이란을 탈출해 서방 국가에서 자유롭게 가수 활동을 재개하며 이란의 해방을 위해 투쟁한다. 그녀가 주장한 한 문장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성, 생명, 자유.”

다음은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필리핀 민주주의의 씨앗>이다. 2022년 필리핀 대선에서 패한 레니 전 부통령에 대한 이야기이다. 40년 전 독재자 마르코스의 장남이 대선에 출마해 정권을 잡았고, 이는 자신의 부패를 덮기 위한 현 대통령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거짓 뉴스에 속아 넘어갔다. 양심적인 언론인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여성 기자도 현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 역시 대선을 앞두고 있어 국민의 올바른 선택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레니를 지지했던 이들은 다음 대선을 위해 민주주의의 씨앗을 심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었다.

또 다른 작품은 일본에 사는 재일 조선인 여성 3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호루몽>이다. ‘호루몽’은 재일 조선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겪는 고통과 투쟁의 세월을 3대 여성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화자인 주인공의 할머니는 강제로 황국신민이 되어 굴종의 세월을 살았고, 어머니는 일본의 패전 후 갑자기 이방인이 되어 차별과 냉대,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다. 주인공은 한국인 사업가로 성공했지만, 방송사의 TV 프로그램에서 당한 부당한 혐한 발언에 대해 명예 회복과 사과를 요구하며 3심까지 가는 법적 투쟁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한다. 그녀가 일본을 향해 외친 말은 감동적이다.
“서로 더불어 잘 살아보자.”

그 외에도 인도 영화 <사이클 마헤시>는 인도 중부를 자전거로 횡단한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었고, 멕시코 영화 <멕시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는 스페인에 의해 철저히 무너진 멕시코의 역사와 문화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CCTV에 노출된 현대인의 사생활 피해를 다룬 영화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사람에게 주는 감동, 지식, 상상력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다. 한국은 드라마를 시작으로 한류 열풍을 일으켰고, 이제는 K-컬처로까지 확장되었다. 영화는 공기처럼 인간과 함께 존재할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고 실험하고 상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는 총체적 예술로서, 우리가 사랑하고 계속 키워나가야 할 식물이다. 이들이 자라 숲을 이루어 우리의 정신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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