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정치적, 법적 갈등의 한 고비는 일단락됐지만, 특히 보수 진영에는 큰 충격과 실망이 번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실패로만 보기 어렵다. 이는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 전반에 던지는 깊은 메시지를 되새길 기회이기도 하다.

그간 탄핵 반대를 외치며 광장에서 기도와 행동으로 저항했던 ‘세이브코리아’ 무브먼트 역시 이번 판결 이후 활동을 잠시 멈추게 됐다. 세이브코리아 무브먼트는 단순한 정치운동을 넘어, 오랜 시간 무기력하고 세속화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수많은 목회자들과 신자들이 신앙을 바탕으로 공공의 목소리를 냈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를 붙들며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이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보기 드문 교회의 공적 개입이었으며,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이 운동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는 한국교회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부산의 한 대형교회에서 전도를 잘하는 담임목사로 알려져 있었지만, 작년 10월 27일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앞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묵묵히 섬기는 방식으로 예배를 준비했고, 이후 조직된 세이브코리아 운동에서는 전국 집회를 주도하며 한국교회와 사회 전체를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교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탄핵과 비상계엄 논란의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한국교회가 오랜만에 ‘어른’을 다시 찾았다는 점이다. 김진홍 목사는 모두가 윤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때에도 한 매체와의 영상 대담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그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이 영상은 윤 전 대통령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고, 그는 김 목사에게 친필 사인이 담긴 성경책을 요청했다. 이후 구치소에서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윤 전 대통령은 과거 어린 시절 꿈이 목사였다고 밝혔으며, 재임 중에도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교회를 찾고 교계 원로들과 교류하는 등 기독교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무속 논란 등으로 인해 그의 신앙 진정성에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혼란기를 거치며 그의 내면에 변화가 생긴 듯한 조짐이 나타났다. 구치소에서의 석방 첫 소감에서 “기도하겠다”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했고, 파면 후 발표한 첫 입장문에서는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적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기독교의 가르침인 ‘한 생명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는 믿음을 기준으로 본다면, 세이브코리아 무브먼트는, 한국교회의 기도는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이 과정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진정한 신앙인으로 거듭났다면, 이는 한국교회와 사회 모두에게 큰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만일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어 그가 대통령직에 복귀했다면, 다시금 권력의 핵심에 선 그가 구치소에서 체험한 내적 변화를 잃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파면은 우리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이제 막 믿음으로 선 윤 전 대통령을 향한 하나님의 시선은 어떠하실지 묵상해 보게 된다.

김진홍 목사뿐만 아니라, 이번 위기의 시대 속에서 바른 목소리를 낸 많은 목회자들과 교회 단체들이 있었다. 이들은 진정한 영적 어른이 되었고,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추는 예언자의 역할을 감당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행동에 나선 청년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교회의 큰 성과요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일이 됐다.

조기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누구를 비판하기보다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공의를 행할 줄 아는 지도자가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때다. 설령 그와는 정반대의 인물이 대통령에 오르더라도,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며 그가 변화될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한다. 하필 한국교회의 사순절 기간에 대통령 파면 사건이 일어났다. 기독교는 십자가와 부활,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사는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종교다. 작금의 정치적 격변을 통해서도 이러한 신앙의 본질이 다시 세상 속에 선명히 드러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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