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개혁신학회(회장 이경직 교수)가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중앙교회(담임 김진영 목사)에서 제158차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박바울 박사(합동신대)가 ‘개혁주의 변증론적 설득을 위한 타당성 구조(Plausibility Structure)의 재검토’ △권효상 박사(고려신학대학원)가 ‘선교적교회 신학에 대한 비평적 고찰: 개혁신학의 조명 아래에서’ △문정수 박사(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가 ‘칼빈 삼위일체론과의 연속성 및 불연속성의 관점에서 고찰한 청교도 삼위일체론: 동일본질과 세 위격들 사이의 관계성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한국교회, 타인의 문화와 이해 고려한 타당성 구조 갖춰야”

박바울 박사는 “최근 서구에서 변증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교회 안팎에서 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성도들과 비기독교인을 막론하고 다양한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 신학적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교회가 이에 대한 준비를 갖추고 성도들을 훈련하는 것이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이라고 했다.
또한 박 박사는 “모든 문화에 죄가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동시에 삼위일체 하나님을 아름답게 드러내는 타당성 구조에 대한 비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독교인은 강압이 아닌 성경적 정확성과 그리스도와 같은 겸손한 태도로 설득해야 하며, 개인 차원에서 양심의 역할도 설득에 있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교회를 위한 두 가지 적용 방안을 제시했다. 박 박사는 “첫째, 교회의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혼합주의적 문화를 제거해야 하며, 둘째, 이민 증가와 사회 다원화 가능성에 대해 한국 교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한국 문화 중심이 아닌 타인의 문화와 이해를 고려한 타당성 구조를 육성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타당성 구조는 사회학 개념이지만 개혁주의 변증론의 방법론과 실제 적용에 매우 유용하다”고 했다.
◇ “개혁교회, 선교적 교회 운동에 신학적 응답과 실천 필요”
이어 두 번째로 발제한 권효상 박사는 선교적 교회 운동이 에큐메니컬 진영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개혁교회가 이에 대한 신학적 재해석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선교적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세계 선교의 흐름과 발맞춰 가고 있다. 개혁교회 내부에서는 여전히 이 운동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선교적 교회가 초기보다 자기 신학을 정교하게 다듬어가고 있음에도, 개혁교회 내에서 이를 신학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개혁교회가 단순히 역사 속에 머문 화석화된 교회가 아닌, 지금도 살아 있는 교회의 고백과 실천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며 “참된 개혁교회란 성도들이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과 세상, 이웃을 향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해 창의적인 대답을 제시하는 교회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개혁교회가 선교적 교회를 보다 깊이 있고 공교하게 신학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라며 “201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선교적 교회를 실제 교회 사역에 활발하게 적용해왔으며, 이를 뒷받침할 신학적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특히 선교적 교회가 개혁교회의 고백 전통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선교적 교회가 여전히 명확한 신학적 뼈대를 완성하지 못했다”며 “예를 들어 개혁교회는 종말론에서 천국 소망을 강조하는 반면, 선교적 교회 신학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권 박사는 “지역 개혁교회들이 선교적 교회를 신학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실제 사역에 적용함으로써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러한 사례들이 개혁교회 안에서 선교적 교회를 신학적으로 심화시키는 해석학적 선순환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삼위일체론에 대한 칼빈주의와 청교도 신학의 차이와 제언
마지막 세 번째로 발제를 한 문정수 박사는 청교도 신학이 개혁파 정통주의의 넓은 범주에 속하면서도 삼위일체론에서는 칼빈 신학과 본질적인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박사는 “청교도 신학자들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동일본질이 성부로부터 성자에게 전달된다고 이해했으나, 칼빈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칼빈은 성부 하나님으로부터 성자 하나님의 위격적 낳으심은 인정될 수 있으나 성부로부터 성자로의 본질 전달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에 반해 청교도 신학자들 대부분은 언설로 형언할 수 없는 지극히 신비로운 방식으로 성부로부터 성자로의 본질 전달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문 박사는 두 신학 전통이 삼위일체론의 핵심 개념에서는 상당한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칼빈과 청교도 삼위일체론은 동일본질과 세 위격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개체적이 아닌 실체적 개별성을 인정하며, 동일본질 안에 복수성을 포함하면서도 최종적으로 단일성을 강조하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고 했다.
또한 그는 양자 모두 니케아 신조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성자의 영원한 출생 교리와 함께 서방교회의 필리오케(성령의 성부 및 성자로부터의 발출) 교리를 고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내재적 삼위일체와 경륜적 삼위일체에 대한 체계적인 정립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 박사는 “성자의 영원한 출생과 관련한 동일본질과 위격 간의 관계를 해석하는 방식에서 두 전통은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며 “칼빈과 개혁파 정통주의가 전통적인 본질 공유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반면, 청교도 신학자들은 보다 신비적 접근을 통해 본질 전달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 같은 차이는 개혁신학 내에서 다양성과 풍성함으로 이해돼야 하며, 어느 한 입장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며 “칼빈주의와 청교도 삼위일체론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각각의 역사적 배경에서 형성된 신학적 모델로서 서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긍정적 관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심포지엄은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샬롬나비 대표)의 강평 순서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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