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반도체 생산기지인 대만에서 연이어 강진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수급 차질과 가격 상승 파장이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의 반사이익이 점쳐지는 가운데, 대만 의존도 높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동부 화롄현에서는 오전 12시1분~4시12분까지 규모 3.0~6.3 사이의 5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며 반도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특히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기지가 집중된 대만 서부 타오위안과 타이중 등에도 진도 1~3의 지진이 관측됐다.

규모 6.3 강진은 이날 오전 2시32분께 화롄현청 남남서쪽 17.2km 떨어진 지역을 강타했다. 이 지역은 앞서 지난 3일에도 규모 7.2 강진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컸던 곳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구체적인 피해상황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는 미세 진동에도 작업에 영향을 받아 자동 정지되기 때문이다.

대만 TSMC 등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달 초 규모 7.2 지진으로 이미 30억 대만달러(약 128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웨이퍼 생산에 2~3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생산량 감소 지연도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대만에서 생산하는 D램의 경우 이달 초 강진 영향을 받은 타이중, 신주, 타오위안에서 70%가 나온다. 메모리 업체들은 이미 공급 지연 가능성을 고객사에 공지했고, 마이크론도 이번 분기 D램 출하량이 최대 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차질로 메모리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의 경우 공급 업체와 수요 업체 간 분기별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데, 이번 공급 지연이 가격 인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메모리 업계는 특히 당분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신, 반도체 판가 상승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지진이 메모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 이번 2분기(4~6월)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 분기 대비 3~8% 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들이 이제 막 적자에서 벗어난 만큼, 이번에 추가 지진으로 가격 인상이 가속화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 반사이익도 점쳐진다.

장기적으로 대만 지진은 지나친 반도체 공급망 대만 집중을 재고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대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리스크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한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등 반도체 강국들이 대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기지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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