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개신교 교단이 쇠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 미국 기독교 보수 싱크탱크의 회장인 마크 툴리는 크리스천포스트(CP)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 내 모든 교단이 쇠퇴하면서 ‘교단주의’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칼럼에서 “비 교파(Non-denominationals)는 이제 미국에서 가장 큰 가톨릭보다 더 큰 종교 집단이 되었다”며 “진보파는 보수파보다 더 빨리 감소하고 있고 성장하는 거의 모든 교회가 비 교파적”라고 했다.

2009년 종교민주주의연구소(IRD)의 회장을 역임한 마크 툴리는 2000년대 초중반, 연합감리교, 장로교(PCUSA) 등에서 일어난 교파 갈등을 예로 들며 ”결국 (교단을 고수하는) 전통주의자들은 이 교파들과의 싸움에서 패하여 떠나거나, 새 교단을 만들거나, 새로운 현실에 굴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합감리교의 경우 법적으로 패한 적은 없지만, 현재 대부분 새 교단을 향해 떠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가 미국 내 탈(脫)교단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든 연합감리교회(UMC)는 침례교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큰 교단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런 대 교단이 최근 불거진 동성애 이슈로 많은 교회가 교단을 이탈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UMC 내에서 동성애 이슈가 불거진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1972년 총회에서 동성애자 목사 안수를 놓고 교단 내 보수 진보 세력 간에 충돌이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혼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교단 내에서 동성 결혼, 동성애자 목사 안수 등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UMC 내 동성애 찬반 논란은 지난해 5월, 교단 내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대거 탈퇴해 글로벌감리교회(GMC)를 새로 창립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결국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새 감리교단이 탄생함으로써 교단 탈퇴 ‘도미노현상’을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

연합감리교단 내 교단 이탈 현상의 불똥이 한인감리교회로 옮겨붙었다. 245개 교회 4만5000여명의 성도를 가진 한인연합감리교회는 UMC 전체 규모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한인 교민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단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교단 탈퇴가 맘만 먹는다고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 문제다. UMC는 2020년에 교단이 분리될 경우 떠나는 교회들의 교단 창립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분리안에 서명한 목사들이 돌연 서명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한인교회의 경우, 상황이 더 복잡하다. 특히 대도시에 거점을 위치한 교회의 경우 상당한 가치의 부동산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지역 연회가 교회 재산의 20~50%를 일시불로 내는 경우에 한해 교단 탈퇴를 허용하고 있기도 하나 이 또한 재정 자립도가 약한 교회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현실적으로 UMC가 동성애 찬반을 두고 두 쪽으로 깨질지는 2024년 총회가 끝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한인교회들의 교단 탈퇴 움직임도 아직까지는 조용한 편이다. 다만 내후년 총회때까지 잠시 미뤄진 것이지 문제가 완전히 가라앉은 게 아니어서 교단 내 분위기는 여전히 폭풍 전야라 할 수 있다.

한국장로교회의 뿌리인 미국장로교(PCUSA)는 지난 2016년 6월에 열린 제221차 총회에서 동성혼과 함께 교단 성직자가 동성애자 결혼을 집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장로교의 경우 이미 219차 총회에서 동성애자의 목사 안수의 길을 열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러나 헌법의 규정된 결혼의 정의를 수정하기 위한 노회 수의 과정을 비롯해 동성애 찬반 진영 간의 갈등이 노출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PCUSA가 동성애를 받아들이게 건 신학적 선택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변화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한마디로 시대적 변화에 교회가 편승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그러다 보니 PCUSA 역시 교단을 탈퇴하는 교회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PCUSA는 미국 내에서 여전히 최대의 장로교단으로서의 자리를 지키고는 있으나 2012년부터 매년 평균 5~6%의 교세 감소를 경험하고 있어 그 지위를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 전망이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미국의 주요 대형 교단들이 동성애 문제로 몸살을 겪으면서 탈교단주의가 가속화하고 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교회의 처지는 약간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동성애, 차별금지법이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건 같으나 교단 내부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소모적인 논란의 틈을 주지 않은 점이 미국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불씨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 소속된 일부 교단에서 동성애·차별금지법과 관련해 NCCK 내부로부터 교단 또는 한국교회가 가는 방향과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 앞으로 하나의 변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일부 교단에서는 총회 때마다 NCCK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헌의안이 지역 노회를 통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런 목소리들은 아직까지는 교단의 정책 방향을 바꾸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단주의 해체 현상이 한국교회로 이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특히 동성애 이슈는 이미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 자칫 한국교회에 혼선이 빚어질 경우 교단의 해체 정도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존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란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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