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25일 청와대 본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25일 청와대 본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 전 '이명박 전 대통령(MB) 사면론'을 먼저 띄우면서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윤 당선인이 MB사면의 명분으로 '국민 통합과 화합'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으로선 MB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데다 반성 없는 MB를 사면하는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큰 상황이다. 비록 임기말이지만 적폐청산 깃발을 들고 정권을 잡은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 대상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을 임기 내 사면하는 것은 지지층과 진보 진영에 배신감과 실망감을 크게 안겨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사안이 다르다"며 사실상 선을 그어왔지만, 임기 말 현직 대통령이 당선인의 건의를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16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갖는다. 회동 테이블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등 민생·경제 의제가 오를 예정이다. 아울러 북한의 신형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 발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과 관련해 북한의 동향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논의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관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논의다. 윤 당선인 측은 회동이 이뤄지기 하루 전인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MB사면 건의'를 공식화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회동 날짜를 발표하고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견지했다"며 윤 당선인의 사면 건의를 시사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회동을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여론이 호의적이라 보기 어려운 데다, 자칫 당내 계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윤 당선인이 선거 기간 밝혀온 대로 직접 집권 후 사면권을 행사할 것이란 말도 나왔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 측이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외적으로 '국민 통합 정부' 이미지를 강조하는 한편, 집권 초 사면권 행사로 불거질 수 있는 여러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사면 요청을 발표하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 한다"고 밝혔다.

이목은 문 대통령에게 쏠린다. 여러 요건이 필요한 가석방과 달리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문 대통령 결단 시 이뤄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부정적 분위기가 감지돼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해 연말 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이 제외된 이유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은 4년 9개월을 수감됐고, 이 전 대통령은 780여일 수감됐다"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 정서도 좀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문 대통령이 사면 요건으로 밝힌 '국민 공감대'와 '통합'이란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다만 이번은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하는 모양새로,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독 결정하는 경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태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전향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동시에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운 윤 당선인의 첫 공식 요청을 수용하지 않는 것도 정치적으로 부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사면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를 거부해도 '발목 잡기'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회동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이 논의되는 계기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도 다뤄질지 여부도 관심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17년 19대 대선과 관련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가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 임기 중 김 전 지사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 특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제외된 것을 두고 '김 전 지사와의 동시 특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장했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아마 (이번에) 같이 사면을 하리라 본다"며 "문 대통령 입장에서 김경수를 그냥 놔둘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을 결단하는 것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사면과 함께 결단할시, '내 편 챙기기'라는 정치적 결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사면은 온전히 대통령의 몫"이라면서도 "김 전 지사의 경우 직전 선거 관련 혐의로 수감 중인 것을 고려할 때 내부에서도 사면권 행사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배석자 없이 단독 회담을 진행하는 만큼, 윤 당선인이 비공개적으로 김 전 지사 사면까지 건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한다면 오는 5월8일 부처님오신날 계기로 한 특별사면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회동에서 사면 건의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최대한 결정 시기를 늦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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