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벌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공산당이 싫어요, 멸공’이란 글을 올리면서 시작된 ‘멸공’ 논쟁이 정치적 논란을 넘어 소비자들 간에 ‘보이콧(불매운동)’ 대 ‘바이콧(구매운동)’ 대결로 번지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여권 정치인들이 시작한 특정 기업 ‘보이콧’에 ‘바이콧’으로 맞불을 놓은 게 2030 청년층이라는 점이다.

‘멸공’ 논란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 계정에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글을 올린 게 발단이 되었다. 그 글은 여권과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색깔론’으로 확대 재생산되며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그 후 여당 지지자들이 해당 기업 관련 제품 ‘보이콧’을 전개하며 계열사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로까지 번지자 부담을 느낀 정 부회장은 지난 10일 ‘멸공’이란 단어를 더는 쓰지 않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것으로 일단락된 줄 알았던 ‘멸공’ 논란 사태가 젊은 세대들이 주도하는 ‘바이콧’, 즉 신세계 제품 구매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제2막이 시작됐다. ‘바이콧’을 주도하는 이들은 연일 ‘1일 3스벅’(스타벅스의 줄임말), ‘오늘부터 쓱배송(신세계배송) 시작’과 같은 문구를 공유하며 신세계그룹 관련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보이콧’(Boycott), 즉 불매운동은 반시장적 기업의 행위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라는 개념을 띠고 있다. 특정 기업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거나 사주의 부도덕한 행위가 드러났을 때 소비자들이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구매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바이콧’(Buycott)은 보이콧에 반대되는 뜻의 신조어로 일종의 구매 장려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공정무역 상품 혹은 친환경 제품의 구매에만 사용되는 ‘윤리적 소비’의 의미로 통용돼 온 점에서 이번 ‘바이콧’ 현상은 종전과는 별개의 성격을 띤다 하겠다.

이번처럼 한 가지 사안을 놓고 ‘보이콧’과 ‘바이콧’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현상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정부와 여당의 친북·친중 정책에 거부감을 느낀 젊은 층의 집단적인 불만 표출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SNS에 ‘멸공’이란 단어를 처음 올렸을 때 즉각 반응한 것이 여권 정치인들과 진보진영이었다. 여권은 정 부회장을 향해 “구시대적 색깔론”이라는 프레임으로 맹공했다. 처음에는 개인의 사상, 이념이 타깃인 것 같더니 곧바로 제품 불매운동에 정조준했다.

여기에 ‘바이콧’이라는 맞불을 놓은 게 소위 MZ세대다.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소비자 권익을 위한 불매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과 함께 “Yes 바이콧 멸공. 갑니다. 삽니다”라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2030 세대가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FM코리아’에는 “연평도 포격, 서해 교전 겪은 세대라면 멸공해야지”라는 글과 함께 신세계 제품 구매를 독려하는 포스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정치가 과도하게 개입된 ‘보이콧’의 예를 들자면 지난 2019년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조치를 취하면서 일어난 “NO JAPAN”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1인당 1억 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대일본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그런데 이때 국민의 반일 감정을 뒤에서 부채질한 것이 다름 아닌 여당과 진보정치권이다. 문 대통령부터 청와대, 여당 할 것 없이 “이순신 장군의 열두 척 배”를 거론하며 심지어 도쿄올림픽 불참까지 거론했다.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올린 ‘죽창가’는 반일 감정이라는 불가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정부와 여당이 국가 간의 갈등을 정치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반일 감정에 불을 붙이는데 열을 올린 것은 ‘양날의 검’과 같은 작용을 했다. 당장은 이익이 되는 것 같지만 반대로 기업과 국민 개개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겼기 때문이다. 불일듯 일어난 반일 감정이 당장은 국민을 똘똘 뭉치게 해 위기 극복에 도움을 준 측면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나라 모두에 손해일 수밖에 없다.

이번 ‘멸공’ 논쟁도 결과적으론 모두에 손해가 돌아갈 뿐이다. 개인의 생각을 표현한 것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하면 반드시 역작용이 따른다는 교훈을 얻게 된 것이 그나마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실제로 젊은 층은 “반공 이념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구태가 싫어 ‘바이콧’에 동참했다”고 할 정도니 오죽하겠나.

사실 ‘반공’ ‘멸공’ 등의 용어는 60, 70년대 남북이 체제 경쟁을 벌이던 때 자주 쓰이던 말이다. 당시는 ‘반공’, ‘멸공’을 비판하는 사람이 처벌을 받던 시대다. 그러다 90년대 민주화 이후 ‘멸공’이란 말 자체가 아예 금기어가 돼버렸다. 이런 용어가 생경하게 들릴 정도로 우리 사회가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반대로 ‘색깔론’으로 매도하는 것 역시 시각에 따라서는 구태로 여겨질 수 있다.

결국, ‘멸공’ 논쟁이 부른 ‘보이콧’ 대 ‘바이콧’ 대결은 케케묵은 이념 ‘색깔론’이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민주화로 실현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치적 억압과 그것에 대한 젊은 층의 자연스런 저항이 그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 밑바탕에는 3대 세습 독재정권과 사실상 1인 독재체제로 돌입한 중국에 굴종하는 것으로 비치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발심리도 내재해 있다고 본다.

대선을 코앞에 둔 여야 정치권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산당이 싫어요’를 말하지 못한다면 어찌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나”, “나는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항의하는 측면에서 (바이콧)챌린지에 동참했다”는 젊은 세대의 말을 깊이 새겨들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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