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주년 맞은 기독교학교, 정체성과 사명을 재점검하다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 기독교교육의 새로운 비전 제시
교원 임용·종교과목 운영 자율성 확보 위한 정책 제안
기독교세계관 교육 강화... 교과 개발도 본격 추진

사학미션 콘퍼런스
지난 4일 원천침례교회에서 열린 사학미션 콘퍼런스에서 이사장 이재훈 목사가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백선영 기자

한국 기독교학교 설립 140주년을 맞아, 기독교교육의 역사적 유산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미래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 이하 사학미션)는 최근 발간한 기념 자료집을 통해, 한국 기독교학교가 걸어온 길과 시대 변화 속에서 직면한 도전,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비전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한국 기독교학교는 근대 교육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인재 양성과 가치교육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근대식 학교 설립, 여성교육의 문호 개방, 의학·간호 인재 양성, 민주주의 시민교육 등 기독교학교는 140년 동안 한국 사회의 교육적 기초를 세워왔다.

이번 자료집의 발제는 ▲기독교대학의 위기와 전략(장동민 교수) ▲기독교대학 정체성 확립(박상진 교수) ▲기독교학교 현안 분석과 발전전략(함승수 교수)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사학미션의 정책 방향이 종합적으로 제시됐다.

기독교대학, "정체성 회복 없이는 존립도 위태"

장동민 교수(백석대 부총장, 사학마션 기독교세계관 교과서 개발 책임)는 기독교대학의 현 상황을 "정체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상당수 기독교대학이 스스로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기독교대학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먼저 내부적으로 ▲기독교대학의 정체성 확립 ▲새로운 복음전도 전략 수립 ▲교목·교수진 사명감 재확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부적으로 ▲기독교대학 교육과정 개편 ▲대외 환경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등을 제안했다.

목원대 채플
목원대에서 채플이 열리고 있다(기사 내용과 무관함). ©기독일보DB

대학 채플의 본질 회복, 정체성 교육의 핵심 플랫폼

박상진 교수(사학미션 상임이사, 한동대 석좌)는 채플을 "기독교대학 정체성의 핵심 플랫폼"이라고 규정하며, 예배가 교육의 중심을 이루지 못하고 형식화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채플이 단순한 종교행사가 아니라 학생의 세계관 형성과 가치관 교육을 위한 전략적 장치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특히 ▲스토리 기반 메시지 설계 ▲실천적 동기를 강화하는 콘텐츠 ▲채플 TA제·멘토링 활성화 등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이는 기독교대학이 신앙교육을 통해 학생의 내면을 세우는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강조로 보인다.

◆ 기독교학교 위기의 뿌리, 50년간 이어진 '평준화 구조'

함승수 교수(사학미션 사무총장, 명지대 교육대학원)는 기독교학교의 위기가 개별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1974년 고교 평준화 정책 이후 이어져 온 법·제도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평준화 정책과 사립학교법, 2022 개정 교육과정·고교학점제가 결합되면서, 기독교학교는 학생선발권·교육과정 편성권·교사임용권 등 건학 이념 구현에 필요한 기본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독교학교는 종교계 사립학교임에도 준공립학교처럼 운영되며, 기독교적 건학 이념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함 교수는 평준화 정책에 대해 "입시지옥을 완화하고 교육 기회의 균등을 어느 정도 실현한 정책"이라는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사교육비 증가, 교육 선택권 제한, 사립학교 존립 근거 약화 등 분명한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평준화 유지·강화 또는 전면 폐지라는 이분법 대신,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오늘의 교육 현실에 맞게 재구조화하는 '평준화 2.0' 개념을 제안했다. 특히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동일한 틀에 묶어 두는 현재 구조로는 4차 산업혁명·AI 시대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담아낼 수 없다고 보고, 사립학교에 차별적 적용을 허용하는 방향의 재설계를 주문했다.

이를 바탕으로, 함 교수는 평준화 2.0 시대를 위한 기독교학교 발전 과제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학교 자율성을 넓히기 위한 '교육 바우처 제도' 도입 ▲고교학점제 체제 안에서 매 학기 편성 가능한 '기독교 세계관 교과목' 개발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교사를 세우기 위한 교원임용 방법 개선과 체계적인 교원연수 프로그램 구축 등이다.

중학교 수업 학생 모습
한 중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뉴시스

사학미션, "정체성과 자율성 지키는 법·제도 개편 시급"

사학미션은 발표를 종합해 기독교학교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핵심 과제로는 사립학교 법인이 공동으로 교원 임용을 실시하는 '공동공개전형' 도입과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21조 개정이 제안됐다. 이는 현행 교육감 위탁 방식으로는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교사를 안정적으로 선발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또한 2025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라 종교 과목이 '1학기 개설·복수편성 의무'로 제한된 점을 기독교학교 정체성 교육의 실질적 제약으로 지적했다. 사학미션은 이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교육부 고시(제2022-33호)의 조항 수정을 국가교육위원회에 공식 요청했으며, 학교 단위 선택권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학미션은 현재 종교계 세계관을 토대로 한 다양한 교과목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종교와 미래' 과목은 고등학교용 교과서 개발이 완료됐으며, 중학교 및 대안학교용 추가 개발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최근 국가인권위 및 교육청의 종교활동 관련 권고가 사립학교의 종교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공교육 기준을 일괄 적용하고 있다"며, 기독교학교가 건학이념을 보전할 수 있는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포함해 학부모의 교육선택권 확대를 위한 ▲교육바우처 ▲대안교육 지원 정책 연구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학미션 종교와 미래
사학미션과 꿈이있는미래가 공동으로 제작한 교과서 '종교와 미래' 표지 ©사학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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