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창·창 논쟁: 창세기의 하나님은 유신 진화론의 창조자와 동일한 존재인가?
카톡방 토론에서 AI를 이용한 공방이 끝나고, 창·진 토론은 종결되었다. 그러나 다시 장외 논쟁이 발발하게 되었다. 다음 날 시골에 머물고 있던 창씨가 산에 올라가 잡목 제거 작업을 하고 있을 때에 걸려온 전화가 시발점이었다. 이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양측이 서로 잘 아는 사이로서 창조론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두 사람은 다른 창조론 단톡방에도 같이 참여하고 있다. 인사가 끝나자, 그는 뜻밖에도 대화를 창·진 토론의 ‘돌연변이’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창·창끼리의 장외 논쟁으로 끌고 갔다. 그가 주제로 삼은 것은 창씨가 카톡방 토론에서 ‘유신 진화론의 창조자는 사탄’이라고 지칭했던 발언이었고, 논쟁의 방법은 1:1 전화를 통하여 진행되었다. 이 주제는 창·진 토론의 범주를 넘어 창·창끼리의 조직신학적 논쟁으로 비화했다. 여기서 장외 논쟁을 창·창끼리의 논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창조론자이기 때문이다. 이 논쟁은 창·진 토론의 진씨 측이 선수를 교체하고 방법과 장소를 바꿔서 진행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창·창 논쟁은 전화 통화와 다른 카톡방에서 이어졌다. 여기서 이를 발췌하여 정리하고, 그 과전에서 나타난 의문점과 미결로 남은 쟁점을 제시하겠다.
1. 전화 논쟁
진박: 유신 진화론자들을 사탄이라고 매도해서 그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왜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느냐?
창씨: 유신 진화론자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유신 진화론자들이 믿는 신을 지칭하여 사탄이라고 말한 것이다.
진박: 말을 바꾸네요. (다른) 단톡방에 그대로 캡처해서 올렸으니 보세요. 왜 하나님 잘 믿는 사람들한테 그런 말로 매도해서 난리판을 만드느냐?
창씨: 토론에서 ‘사탄’이라고 한 말은 창세기의 ‘종류별 창조’를 부정하고, 루카와 루시의 진화 계통을 믿는 유신 진화론자들의 창조자를 지칭해서 한 말이다.
진박: 프란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와 우종학 교수가 믿는 하나님이 사탄이란 말이냐? 창조과학 믿는 거냐?
창씨: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 창조론자로서 못할 말이냐? 그러면 당신은 뭔데, 그렇게 말하느냐?
진박: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P대 이놈들이 되지도 않는 놈들에게 박사를 줘서 이런 일이 생기게 했다. (다른) 단톡방에 올렸으니 읽어보라. (P대 출신 창조론자) C박사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창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 그건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읽어보고 대답하겠다.
논쟁의 중요 내용은 위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나머지는 진박이 반복적으로 창씨를 비하하는 욕설과 인신공격하는 말이며, 이에 대해 창씨가 반박하는 말로 흘러갔다. 두 사람의 전화 논쟁은 9분 가량 지속되었다.
2. 다른 카톡방 논쟁
진박이 다른 카톡방에 올렸다고 하는 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진박: 유신 진화론자를 사탄으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칩니다. 복음주의자들도 있습니다. 그만하세요. (이 말 뒤에 진박이 창·진 토론에서 나온 창씨의 글을 옮겨 놓았다.) “제가 말한 것은 유신진화론자들이 말하는 창조자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대적자요, 인류를 타락케 한 사탄이라는 뜻이지, 어떤 사람을 지칭한 것이 아닙니다.”
창씨(이를 보고): 제가 그렇게 말한 것은 맞아요. 그런데 무엇이 잘못되었지요?
진박: 이 내용과 논리적인 모순으로 보이는데요. (이때 그는 다시 창·진 토론에서 나온 창씨의 글을 옮겨 왔다.) “저는 창조론 세미나에서 교회 안에 있는 유신진화론자를 비난하지 밀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도발하지 않는다면. 논쟁은 일어나지 않지요. 저도 여기서 그치겠습니다.”
창씨: (여기까지 읽어보고) 유신진화론자들이 믿는 하나님과 창조론자들이 믿는 하나님이 같은데, 제가 잘못 말했다는 것인가요?
진박: 허걱 위에 쓰신 글이 그런 의미로 읽힙니까?
창씨: 저는 그런 뜻으로 썼는데, 그런 뜻으로 이해되지 않나요?
진박: 정신차리세요. 어제는 조금 의미 전달이 잘못되었는가 했더니 상종 못하겠네요. 그만 합시다. 창피합니다. (이 글을 끝으로 그는 단톡방에서 탈퇴해버렸다.
창씨: (단톡방에 결론으로 올린 글 발췌) 이번 사태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핵심은 창조론과 유신 진화론의 창조주가 같으냐, 다르냐의 관점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저는 다르다고 보는 관점이고, 박찬호 교수는 같다고 보는 관점이죠.
여기서 창·창 논쟁의 당사자를 밝혀야겠다. 창·진 토론부터 창씨는 필자이고, 진박은 여기 나오는 박찬호 교수이다. 그는 B대 신학대학원에서 교수하고 있다.
3. 의문점과 미결 쟁점
박교수가 단톡방에서 탈퇴했으므로 창·창 논쟁도 여기서 멈췄지만, 박교수의 그답지 않게 ‘돌연변이’적인 행동에 대한 필자의 의문점과 미결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어서 박찬호 교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1. 박교수는 칼빈주의 조직신학자이며 평소 창조론자로 활동했다. 그가 창·진 토론에서 유신 진화론의 창조자를 사탄이라고 지칭했던 창씨의 말을 느닷없이 유신 진화론자들을 비난했다는말로 왜곡하여 창·창 논쟁으로 비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2. 박교수가 P대 교수들과 필자를 수준 이하로 얕보고, “놈”자까지 붙여서 모욕한 것은 망언, 그 이상이라고 본다. 박교수의 망언은 자신이 B 신대원에서 그들보다 더 잘 가르치고, 더 우수한 제자들을 더 많이 배출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 아닌가? 과연 그런가?
3. 박교수가 유신 진화론자들을 옹호하기 위하여 그보다 10년 이상 연장자로 사회에서 거의 은퇴한 재야 신학자이며, 그동안 잘 알고 지내던 같은 창조론자인 창씨에게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그토록 오만불손하고 거칠고 무례한 행동을 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4. 창조론 단체에서 활동하는 칼빈주의 조직신학자 박교수는 그가 가르치는 B대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창세기의 하나님과 유신 진화론의 창조자는 동일한 존재인가?”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Ⅳ. 결론을 맺으면서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된 이후, 기독교 안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의 하나는 ‘유신 진화론’이다. 이는 창조론의 반대 이론인 알렉산더 오파린(Alexander Oparin)의 『생명의 기원』(1924)이 주장하는 무신 진화론(화학적 진화론)보다 앞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유신 진화론의 근거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지만, 그것을 기독교에 접목한 인물은 미국에 살고 있던 다윈의 친구이며 식물학자였던 아사 그레이(Asa Gray)였다. 그는 다윈의 진화론이 기독교리와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그것이 유신 진화론의 시작이었다. 이후 그는 다윈과 주고받은 편지와 다윈의 진화론에 관련한 에세이를 모아서 Darwiniana(1876)를 출판하였다. 유신진화론은 이를 바탕으로 생명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진화라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주장으로 발전했으며, 이에 반대하여 창조과학 운동이 일어나서 현재까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창조과학은 문자주의 해석에 집착하여 문맥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약점을 안고 있으므로 과학적 또는 신학적 논쟁에서 항상 밀리고 있다. 유신 진화론자들은 그들의 이론을 ‘점진적’ 또는 ‘진화적’ 창조론으로 바꿔 부르기도 하고, 과학계에서는 아사 그레이가 이름 붙인 ‘다윈주의’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나중에는 어찌 되든, 성경에 명시된 기록을 무시하면서 기독교 신학을 진화론에 꿰어맞추려고 시도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핵심적 수단은 창세기의 ‘종류별 창조’를 빼버리고, ‘대(거시)진화론’으로 창조 방법을 바꿔치기하는 것이다. 유신 진화론자들은 무신 진화론자들이 만들어낸 생물 진화 계통도를 보고, 루카를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으로 인정하면서 그것을 입증된 과학의 산물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래서 유신 진화론자들은 하나님이 루카만 창조했으며, 화석으로 발견된 루시(Australopithecus afarensis)를 실존 아담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무신 진화론자들은 유신 진화론의 이런 주장을 아예 무시하고 상대조차 하지 않는다.
창조론적 관점에서는 생물 진화 계통도를 가설과 추론에 불과하다고 본다. DNA 유사성, 화석 기록, 돌연변이 실험 등은 부분적으로 진화를 설명할 수 있지만,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물들에게 종류(kinds)를 넘어서는 대진화가 실제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설과 추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학적 사실이라기보다 ‘과학적 해석’에 불과한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종류대로’ 창조하셨다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성경에 없는 방법을 사용하여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유신 진화론은 창세기 하나님을 모독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유신 진화론을 믿는다는 것은 결국 성경의 하나님을 과학적 가설에 꿰맞추어 상상하는 것이며, 이는 맥그라스(Alister McGrath)가 지적하듯이 도킨스(Richard Dawkins)의 『만들어진 신』으로 신앙의 대상을 바꿔치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창세기의 하나님과 유신 진화론의 창조자가 동일한 존재인가? 라는 질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진화적 방법으로 창조했다는 신이 있다면, 그는 창세기의 하나님이 아니라, 아담을 타락시킨 사탄”이라는 표현이 한편으로는 과격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지만, 창·진 토론 중에 창씨가 그 말을 사용한 의도는 유신 진화론자들에게 그것을 믿는 오류에 대해 경각심을 주고, 기독교 신앙의 대상은 창세기의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에 있었다. 이 글에서의 결론은 토론과 논쟁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창세기에 기록된 창조주 하나님과 유신 진화론에서 성경적 근거도 없이 과학적 가설에 맞추어 재해석하는 창조자를 동일 존재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기독교인은 누구든지 마음 속이나 입 밖의 소리로 기도하던지, 글로 고백하던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마태복음 7:21-23에서 그리스도가 하신 말씀을 제시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하나님이 선택하시는 천국 시민권자가 되기를 축원한다.
7:21.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22.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 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23.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 (끝)
허정윤 박사(알파와 오메가 창조론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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