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하 목사(오레곤벧엘장로교회 담임)
이돈하 목사(오레곤벧엘장로교회 담임)

여러 말이 많아도 미국의 백신 접종은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편입니다. 지난주까지 전 인구의 35%가 백신 접종을 마쳤습니다. 백신 효과도 아주 좋습니다. CDC의 보고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에 다시 코로나에 감염될 확률은 8,700만 명중 7,157명에 불과해 0.01% 미만입니다. 게다가 백신 접종 이후에는 감염돼도 심각해질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접종을 했다면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31%, 입원할 경우는 7%, 사망할 확률은 1%입니다. 즉 백신을 맞은 사람이 코로나로 사망할 확률은 0.0001% 미만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통계적으로 볼 때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로 사망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모든 국가들이 같은 처지가 아닙니다. 인도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 직전까지 갔어도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턱없이 부족한 나라들이 많습니다. 병원에 가도 산소통이 없습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떨어져 선진국에서는 얼마든지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화장터로 실려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의료적 혜택을 당연히 여겨서는 안 됩니다. 감사하게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누리는 권리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세계는 과거에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백신 민족주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국 이기주의가 되면 안 됩니다. 우리는 백신이 넘쳐나는데도 백신이 없어 시체가 넘쳐나는 그들의 재앙에 무관심한 것은 분명한 죄입니다. 예수님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백신이 부족한 나라의 국민들을 위해 간절히 중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 창의적인 방법으로 그들에게도 백신이 보급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기독교 윤리학자인 라인홀드 니부어 교수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개인보다 사회가 악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개인이 아무리 바르게 살려고 해도 악한 사회의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즉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악에 가담하게 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는 수많은 어린이와 노약자가 기아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곡창지대는 추수를 마치고도 매년 수많은 곡식이 남게 됩니다. 그 중에 일부만 빈곤국가에 원조해도 지구의 기아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 한편에서 굶어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곡물가의 안정을 위해 남는 곡물을 불태웁니다. 최근 미국에는 코로나 백신의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되면서 비슷한 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카운티들은 공급된 백신의 숫자가 주민들 보다 많은 것이 골치 아픈 일이 되었습니다. 결국 남은 백신을 타 지역으로 보내는 것도 어려우니 폐기 처분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일들도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개인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소속된 사회가 이렇게 비도덕적이면 도덕적인 삶을 지향하는 개인도 사회의 악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가 정부를 위해 내는 세금이 자신도 모르게 이런 일에도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숙한 신앙인이라면 이 시대의 백신 문제에 있어서 더 깊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과연 내가 속한 사회의 이기성 때문에 아파하고 신음하는 이들은 없는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비축한 백신 때문에 백신의 혜택을 입지 못하는 이웃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것은 그들에게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자세가 예수님이 축복하신 "의에 주리고 목마르며 긍휼히 여기는 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에게 예수님은 말씀을 합니다.

"저는 배부를 것 임이요 긍휼히 여김을 받을 거심이로다"(마5:6-7)

이돈하 목사(오레곤벧엘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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