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신대 전 총장 고세진 박사
아신대 전 총장 고세진 박사. ©기독일보DB

장군!

곧 가시리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아침에 받아 든 뉴스에 장군의 서거 소식을 보며 막상 가셨다니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다투어 떨어지니 아침식사를 걸렀습니다.

오늘은 오랫 만에 미세먼지 없이 공기상태가 최상의 날입니다. 장군께서 낡은 육체를 벗고 훨훨 날아 올라, 그렇게도 사랑하고 죽음으로 지켜낸 조국의 강토를 저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먼지 한 점 없이 내려다 보시기에 좋은 날씨 입니다.

장군의 부음(訃音)을 실은 어느 신문에 달린 장군에 대한 부제들 중에서 "역대 주한미군사령관들이 가장 존경한 한국 군인"이라는 부제를 보고 저는 마음에 피멍이 맺힙니다. 그것은 멋진 부제이지만, 왜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군인"이라는 부제는 달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만했기 때문에 저의 가슴에 땅의 슬픔과 하늘의 분노가 엉겨 붙어 얼음이 됩니다.

한반도의 반만년 역사는 외국의 침략으로 점철된 피의 기록이지만, 꺼져가는 나라를 구한 충신들에 대해서는 참으로 인색하기 짝이없는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이 이 나라의 국민들이요 정치인들입니다. 이 나라에는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후로 지금까지 422년 동안은 평화롭고 아무 일이 없었기나 한 듯이 충무공 이외에는 어떤 충신이나 장군도 거국적으로 받들지 않으면서도, 그들이 이루어 놓은 자유민주주의와 경제번영을 물먹듯이 누리는 이율배반적인 역사관이 만연해 있습니다.

장군은, 김일성과 스탈린이 한반도 적화통일을 목표로 일으킨 6.25 남침전쟁의 뜻과 행동을 분쇄한 맹장(猛將)이며 위대한 전쟁영웅입니다.

장군은, 갓 태어난 대한민국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세계 최강국 미국과 형제가 되게 한 걸출한 외교관 입니다.

장군은, 전대미문의 6.25 남침전쟁의 불구덩이 속에서 중공군과 인민군을 격퇴하여 나라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승만 대통령을 든든하게 보좌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한 일편단심 충신의 거대한 표상입니다.

장군은, 남로당원으로 사형에 처해 질 박정희 소령을 구해 주어 국방을 튼튼히 하고 경제를 흥왕하게 한 덕장(德將)입니다.

장군은, 현역 때나 제대 후에나 정치와 명예를 멀리하고 군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깨끗하게 처신한 참군인입니다.

장군은, 윈스턴 처칠이 2차대전 회고록을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듯이, 6.25 남침전쟁 회고록을 집필하신 문무겸비의 지장(智將)입니다.

장군은, 장군을 서울현충원에 모실 수 없고, 모신다고 해도 묘를 파버릴 수 있다고 한 보훈처 직원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매정한 정부에 대해서도 아무런 질책을 하지 않으신 거인(巨人)이며, 이미 살아서 득도하여 호국의 신(神) 반열에 오르신 애국자입니다.

장군, 저는 우한바이러스 때문에 두 주 동안 자가격리하는 중에 6.25 남침전쟁에 대하여 장군이 쓴 책들과 외국인들이 쓴 책들을 읽었습니다. 만약에 장군이 없었다면, 이 전쟁에서 인민군과 중공군은 한반도를 적화통일 했었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랬다면, 오늘 떵떵거리는 정치인들과 장군께 허연 이빨을 까고 덤벼드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자들이 모두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장군!

장군께서 100세 장수하신 것은 다시 국난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듯한 나라를 걱정하셔서 발걸음을 끄시다 보니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지금 이 나라는 중국에 멸시 당하고 일본에게 견제 당하고 조인공에게 웃음거리가 되어 전래적으로 우리를 침략하고 노략질하고 살상했던 원수인 나라들이 다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는 위태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70년을 하루 같이 우리의 친구인 미국마저 우리를 의심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는 이 나라를 번듯하고 당당하게 일으키고 키우고 안전하게 해 주신 장군과 애국자들을 무시하고 먹고 사는 일에만 급급하여 짐승처럼 살아 온 우리들의 잘못입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변함이 없습니다. 과거의 전쟁과 침략 당하는 경험이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는 곳이 이 나라입니다. 그래서 장군이 떠나시니, 장군을 보내는 슬픔보다 다시 장군같은 애국충신이 없을 것 같아서 제 슬픔에 더 슬퍼집니다.

장군!

장군께는 평안히 영면(永眠)하시라는 말씀을 못 드리겠음을 용서하여 주십시요. 장군께서는 이제 호국의 신이 되어 이 나라를 살피시고 만약에 다시 외적이 이 나라를 침략한다면, 폭풍이 되고 지진이 되어 적을 물리쳐 주시도록 잠들지 말아 주소서!

장군!

장군께서 이 나라의 충신이었음을 자랑으로 생각하고 기뻐하며 감사합니다. 오늘 유별나게 하늘은 푸르게 맑고 흰구름은 밝으며, 남산은 멀리 선명하게 보입니다. 제가 어릴 때에 보던 자연의 모습입니다. 장군이 가시는 날, 하느님께서 이렇게 좋은 날을 주시며, 대한민국이 정체성을 회복할 것을 알려 주시는 것 같습니다.

장군의 가시는 길에 천사들의 합창이 울립니다!

2020. 7. 11.

고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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