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서울시가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발령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에 집합금지명령서가 붙어 있다(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계가 없음). ©뉴시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 클럽들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고위험 다중이용시설까지 한꺼번에 운영을 허용한 정부의 방역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시설이나 장소별 감염 위험도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단계적으로 운영이나 영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단계별 접근법에 대해선 방역당국도 '100% 동의한다'며 방역지침을 손보기로 했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66번째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6일 이후 13일 낮 12시까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총 119명으로 늘어났다. 클럽 방문자는 76명이며 43명은 그 접촉자다.

여기에 기존 용인 66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5개 클럽 외에 4개 클럽에서 추가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신촌과 홍대 등 대학가 주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감염 확산 우려는 커지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클럽 방문일은 주로 5월4~5일이 다수로 파악됐다.

4월말부터 시작된 최장 6일간의 연휴이자 정부가 세번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진행하면서 그 형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막바지였다.

이들 시설은 대부분 지하에 있어 자연 환기가 어려운 데다 칸막이나 공간 구분 없이 밀폐된 좁은 공간에 다수가 밀집한다. 여기에 실내에선 술이나 음료, 음식물 섭취를 위해 마스크를 벗기 십상이며 대화나 춤 등 신체 활동을 통해 비말 전파 위험도 높다.

그런데 정부는 이 기간(4월20일~5월5일) 유흥시설에 대해 종교시설·생활체육시설·학원 등과 함께 행정명령 권고 수준을 종전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때 '운영 중단'에서 '운영 자제'로 조정했다. 권고는 하되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운영을 하는 쪽으로 무게를 실은 것이다.

나아가 사회적 거리 두기 종료와 함께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한 6일부턴 방역수칙 위반 적발 시 제재토록 한 행정명령마저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 단계적으로 해제했다.

결국 용인 66번째 확진자가 발생하고 추가 확진자가 나오자 이틀 만인 지난 8일 클럽 등 유흥주점, 감성주점, 콜라텍 등 유흥시설에 대한 운영 자제 권고 행정명령을 6월7일까지 한달간 다시 발령했다.

나아가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 등 15개 시·도에서는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통해 사실상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등 유흥시설 운영을 막고 있다. 명령을 내리지 않은 강원과 제주도는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심야 시간 집중 점검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위험도 평가 없이 모든 시설 운영을 한꺼번에 재개하기로 한 정부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역학회 회장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는 "클럽 같은 유흥시설은 밀집된 환경이고 환기도 안 돼 고위험 시설로 생각할 수 있는 데다 부산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던 만큼 사실 가장 늦게 풀었어야 하는 곳인데 방역당국이 놓친 것 같다"며 "한군데 문제가 생겼다면 조사를 통해 대응과 대비가 진행돼야 하는데 같은 상황이 반복된 부분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가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재개하면서 공개한 31개 생활 속 거리 두기 세부지침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을 선언하면서 공개한 세부지침 중 유흥시설 부분을 보면 다른 사람과는 1~2m 이상 거리를 두고 노래 부르기나 소리 지르기, 신체접촉은 자제토록 했다. 시설 책임자에게는 창문을 열어두거나 매일 2회 이상 환기를 하고 탁자 사이 간격 두기, 대규모 행사 자제하기 등을 권했다. 사실상 클럽 등 유흥시설에선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런 지침을 만들어 발표할 땐 이를 마련한 담당 부처에서 미리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지킬 수 있는지 없는지 묻고 충분히 숙지시킨 뒤 관리 감독까지 했어야 한다"며 "정부가 지침을 만들 때 위험성이나 단계적 접근, 현장 실행 가능성까지 다 감안한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설과 장소별 위험도를 평가해 단계적으로 접근, 최소한 재발은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를 보든 운영을 재개할 땐 3단계나 5단계까지 나눠 위험도가 낮은 곳부터 풀고 단계적으로 접근한다"며 "유흥시설처럼 위험도가 높은 데는 강화하는 지침으로 가고 야외처럼 위험도가 낮은 곳은 느슨하게 하는 등 분야별로 위험도를 고려해 (운영 제한 등의) 가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휴양림 같은 야외시설부터 먼저 운영을 재개하고 극장, 운동경기는 그 다음, 실내 체육시설은 나중에 하는 식으로 단계별로 돼 있다"며 "지나친 게 모자란 것보다는 낫다는 방역의 기본 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한다며 위험도 평가를 통한 단계별 접근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에 유흥시설 관련해서 많은 지적을 주셨는데 위험도에 따른 조금 더 차등화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저희도 100% 동의하고 있다"며 "학원의 위험이 다르고 학교의 위험이 다르고 또 유흥시설의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위험도에 따른 체계적인 접근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고 저희가 계속 노력해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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