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게시판
서강대와 국민대가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 데 이어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방침을 밝힌 지난 1월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게시판에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작성한 대학 등록금 인상 반대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뉴시스

정부가 2027학년도부터 국립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사실상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사립대 총장들이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국립대학에 지원이 집중될 경우 국·사립대학 간 재정 격차가 더욱 커지고, 지역 사립대학의 학생 모집과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10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간 재정 지원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가 검토 중인 ‘지역 균형 장학금’ 정책의 재설계를 촉구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을 지원하는 지역 균형 장학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에는 2027학년도 국립대 신입생 약 6만4000명을 대상으로 등록금 전액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추가 재정 소요 규모는 2027년 1000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약 1000억원씩 늘어나 2030년에는 연간 4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사총협 “국립대 중심 지원, 지역 사립대 생존 위협”

사총협은 국립대 등록금 지원이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되더라도 지원 대상을 국립대학으로 한정할 경우 지역 대학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총협은 교육부가 검토하는 정책에 대해 사실상 ‘국립대학 무상교육’에 해당한다며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대학 육성이라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려면 국립과 사립을 구분하지 않고 지역의 모든 대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중소도시에 자리 잡은 사립대학 역시 지역사회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립대에만 재정 지원을 집중하면 지역 사립대학의 학생 모집과 재정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총협은 “지역 사립대학을 외면한 정책은 결과적으로 지역 사립대학의 생존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대학의 위기가 지역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등록금·장학금·교육비 이미 국·사립대 격차”

사총협은 현재도 비수도권 국·공립대와 사립대 사이에 등록금과 장학금, 학생 1인당 교육비 등에서 상당한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총협에 따르면 지난해 비수도권 국·공립대의 등록금은 사립대의 약 54% 수준이었다. 2024년 등록금 대비 재학생 1인당 장학금 비율도 비수도권 사립대는 58.6%, 국·공립대는 79.1%로 20.5%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학생 1인당 교육비 역시 비수도권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약 56%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사총협은 밝혔다.

사총협은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 국립대학에 등록금 전액 장학금이 추가로 지원되면 대학 간 교육·재정 여건의 차이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거점국립대가 ‘특성화 지방대학사업’을 통해 5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이 이뤄지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총협은 대학의 경쟁력에 대한 별도 평가 없이 국립대에 재정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은 대학 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등록금 규제·정원 감축에도 불만…“학생 모집 더 어려워져”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규제와 정부 재정지원사업도 사립대학의 재정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사총협은 주장했다.

사총협은 사립대학이 법정 인상 한도 안에서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정부 재정지원사업이나 국가장학금과 연계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이 같은 정책이 지역 사립대학과 재학생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2026년 지방대학 특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도 언급했다. 사총협은 정부가 총 850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15개 대학 선정을 추진하면서 입학정원의 3% 이상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며,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중소대학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7학년도 수시모집을 앞둔 상황에서 국립대가 신입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제공할 경우 지역 대학의 학생 모집 경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사총협은 “국립대학이 전액 장학금을 내걸고 신입생 유치에 나설 경우 지역 사립대학의 학생 모집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 균형 장학금 재설계…사립대에도 동일한 지원 필요”

사립대 총장들은 정부가 검토 중인 지역 균형 장학금 정책을 재검토하고 사립대학 학생들에게도 국립대와 같은 수준의 지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총협은 정부가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에서는 차이를 두면서 각종 규제에서는 국립대학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 균형 장학금 정책을 재검토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지역 대학 지원 정책이 설립 주체가 아닌 지역과 학생을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총협은 이와 함께 대학들이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교육 환경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대학 재정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국립대와 사립대를 아우르는 고등교육 재정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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