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로 보티첼리, <신비한 예수 탄생>, 1501년경. 패널에 템페라,  108.5 x 75 cm, 국립미술관, 런던 Sandro Botticelli, The Mystical Nativity c.1501. tempera on panel 108.5 x 75 cm, National Gallery, London
산드로 보티첼리, <신비한 예수 탄생>, 1501년경. 패널에 템페라, 108.5 x 75 cm, 국립미술관, 런던 Sandro Botticelli, The Mystical Nativity c.1501. tempera on panel 108.5 x 75 cm, National Gallery, London

고요한 밤 거룩한 밤. 12월 25일은 예수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이다.

예수 탄생을 그린 성서화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산드로 보티첼리의 <신비한 예수 탄생>이다.

보티첼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의 화가로서 <프리마베라(봄)1477>, <비너스의 탄생1487>에서 미묘한 곡선과 감상적인 시정(詩情)에 일찍부터 독자적인 성격이 나타나 있다. 그 후 차차 신비적인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1501년 제작한 <신비한 예수 탄생》>은 신비적 환상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런던 국립미술관에서 이 작품 앞에 서면 예수 탄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으며 신비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정신이 가물가물 해졌던 일을 잊지 못한다.

예수탄생 이야기의 첫째는 출생한 도시와 장소가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누가복음에는 짧지만 예수 나심의 경과를 기록하고 있다. 우선 요셉과 마리아는 로마 제국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호구조사 법령에 응해야 했다.

“요셉도 다윗의 집 족속이므로 갈릴리 나사렛 동네에서 유대를 향하여 베들레헴이라는 다윗의 동네로 그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하러 올라가니 마리아가 이미 잉태 하였더라.거기 있을 그 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첫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눅2:4-7)

누가복음을 요약하면 베들레헴에 잘 곳이 없어 외양간에서 해산하고 아기는 구유에 뉘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암굴의 성모 1483-86>를 비롯한 중세 화가들의 작품에는 예수 탄생 장소가 동굴이라고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동굴 탄생의 원전은 정경이 아닌 <위僞마태복음서>와 이를 인용한 중세의 <황금전설>이다. 예수 탄생에서 인기가 있는 나귀와 황소도 여기서 첨가되었는데 누가복음에는 구유에 뉘었다고 할뿐 마구간의 짐승에 대한 기록은 없다.

그런데 보티첼리의 그림에서 보면 바위가 덮인 동굴 위에 차양이 있고 그 앞에 황소와 나귀가 있는 바닥에 강보에 쌓인 아기가 비스듬히 누어있다. 즉 보티첼리는 예수탄생이 외양간 혹은 동굴 안에서 일어났다는 두 전통이 합쳐져서 바위 배경에 지붕이 있는 곳에서 일어난 것으로 묘사하였다. 그리고 구유나 동굴에 황소와 나귀가 있는 것은 그들의 숨결로 아기를 따뜻하게 했으며 황소는 앉아 있으나 나귀는 서있는데 이는 헤롯왕의 영아학살 명령을 피해 이집트로 피난 갈 때 이 나귀를 곧 타고 가게 된 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예수탄생 이야기의 두 번째는 아기 예수께 경배한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목자와 동방박사들을 극진한 경배자로 함께 묘사한 점이다.

마리아는 두 손을 합장 한 채 아기예수께 경배하고 있다. 붉은색 성의는 십자가의 피를 상징하며 푸른 겉옷은 하나님이신 예수에게 대한 충성을 상징한다.

요셉의 의복과 구도도 특이하다. 반종교개혁 이전 예수탄생 장면에서 요셉의 역할은 희미하게 그리거나 뒤편에 서 있는 등 매우 부차적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요셉이 마리아와 마주서서 경배하는데 고귀한 복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밤에 밖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은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눅2:11)라는 천사들이 전한 예수탄생의 기쁜 소식을 듣고 달려와 여기 오른 쪽에 무릎 꿇고 경배하고 있다. “목자들은 자기에게 이르던 바와 같이 듣고 본 모든 것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송하며 돌아가니라.”(눅2:20) 이 기쁜 소식을 널리 알린 목자들은 최초의 경배자요 최초의 복음 선포자라고 할 수 있다.

동방박사 세 사람도 긴 예복을 입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리기 전 무릎 꿇고 경배하고 있다. 성경에서는 ‘박사들’이라는 표현을 썼을 뿐 몇 명인지 쓰여 있지 않지만 예물이 셋이니 박사도 셋이라고 주장한 것은 동방의 유명한 교부인 오리게네스가 처음이다.

목자와 동방박사 곁에는 그들을 인도한 천사가 하나씩 보이는데 아기 예수가 있는 곳을 가리킨다. 목자와 동방박사 앞뒤에는 감란나무(올리브나무)가 많이 보이는데 이는 평화를 상징한다.

예수탄생 이야기의 세 번째는 많은 천사들을 상하에 배치하여 예수탄생의 신비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비한 예수 탄생>의 아래 위에는 모두 아름답고 신비한 천사들의 모습을 배치하였다.

제일 위에 황금돔으로 상징된 곳은 하늘나라이다. 열 두 명의 천사가 아기가 태어난 지상과 천상의 공간에서 조화로운 원을 이루고 춤추며 찬양하고 있다.

“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여 이르되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눅2:13-14)

천사들이 들고 있는 올리브가지는 평화를 상징하고 올리브 가지마다 달린 왕관은 왕되신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지붕 위의 세 천사는 그림 아래쪽의 세 천사처럼 흰색과 초록색과 붉은색 옷을 입고 있다. 이는 중세에 확립된 세 가지 신학적 덕을 표현한 것이다. 흰색은 믿음을, 초록색은 희망을 붉은색은 자비를 상징한다. 황금돔 위의 긴 그리스어 명문에는 1501년에 이 작품을 그렸다고 적혀있다.

강정훈 교수
▲강정훈 교수(전 조달청장)

◈강정훈 교수는 연세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그리고 성균관대학원(행정학박사)을 졸업하고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뉴욕총영사관 영사 및 조달청장(1997~1999)으로 봉직했다.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 및 성균관대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신성대학교 초빙교수(2003~2016)를 지냈다.

성서화 전시화(1993), 영천 강정훈-선교사 저서 및 한국학 기증문고 특별전(숭실대, 2012)을 개최했고,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미암교회(예장) 원로장로이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한 후 현재도 서울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운영하며 성서화를 쉽고 폭넓게 전파하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천년의 신비 성서화"(바로가기) "이천년의 침묵 성서화"(바로가기) 등이 있다. yanghwa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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