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락 목사
배경락 목사.

“성경은 분명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 속에 실제 살았던 사람의 언어와 사고방식을 갖고 인간의 손에 쓰였지만, 그것은 그 이상이다. 성경은 하나님에게서 나온 말씀이다. 지금까지 쓰인 모든 책 가운데, 성경은 인간의 말이면서 동시에 하나님 말씀이라는 특징을 지닌 점에서 유일하다”(Green, 37). 그러므로 성경은 창세기로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일관된 하나님의 생각이 흐른다. 선지서나 요한계시록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면서 완성을 생각하셨다. 그리고 그 완성을 함께 이루어 나갈 파트너로 사람을 지으셨다. 그에게 우주 만물을 다스릴 권세를 위임하셨고, 하나님의 뜻에 동참하자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과 함께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하나님의 뜻을 어겼다. 타락이었다. 모든 것이 어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망가진 물건을 버리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도 어그러지고 망가진 세상과 사람을 폐기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능하신 하나님은 깨어지고 부서진 것을 온전히 회복하시고 새롭게 하시고 마침내 완성하신다. 인간이 수백 수천 번 하나님의 계획을 망가뜨리고, 사단이 갖은 방법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처음 계획하셨던 대로 천지 만물을 완성하신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하나님의 계획을 망가뜨린 인간을 회복시켜서 그들의 손으로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게 하신다. 진정 하나님은 위대하시도다. 성경을 읽어가면서 이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구약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셔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이야기이다. 구약만 떼어놓고 본다면 하나님의 계획은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패가 아니다. 사단이 인간을 앞세워 하나님의 계획을 방해하는 일은 언제나 있었다. 하나님은 망한 것 같은 이스라엘에 그루터기를 남겨두시고 하나님께서 이루시려는 일을 중단 없이 진행하신다. 선지자들은 창조 주제(회복과 완성)를 종말로 연결하여 해석하였다(Collins, 581). 사도 요한은 창세기에서 시작하여 선지자들에게로 이어지는 종말론을 이어받아 계시록을 서술하였다.

선지자들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대언하는 자들이다. 선지자(prophet)는 헬라어 prophetes에서 유래하였다. 그 뜻은 ‘다른 이를 위해, 즉 그 사람 대신에(in his place) 말하다’이다. 여기서 프로(pro)는 시간(time)이 아니라 장소(place)를 나타내는 접두어이다(Moore, 199). 구약의 선지자는 이방 세계의 선지자와 다르다. 이방 신전에서 신탁을 받아 앞날(time)을 예언하는 이방의 선지자들과 달리, 성경의 선지자는 하나님 앞에서(place) 이스라엘 백성을 향하여 현재 지향적 메시지를 전한다.

사실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집행해야 할 사람이 따로 있었다. 그들은 제사장과 왕이었다. 제사장은 성전에서 제사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왕은 그 말씀을 집행할 책임이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고, 다스리지도 않았다. 선지자들은 바로 그 시점에 등장한다. 즉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부패하고 타락하였을 때, 하나님께서 선지자를 보내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셨다.

하나님께서 선지자라는 비상수단을 사용한다는 뜻은 그 시대와 사회가 얼마나 하나님의 뜻에 어긋났는지를 알려준다. 하나님께서 애굽의 종 되었던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고, 나라를 세우게 할 때는 분명한 뜻이 있었다. 종이었기에 사회적 약자들, 고아와 과부, 이방인과 나그네를 선대 하는 사회, 정의와 공평이 집행되는 사회를 만들어 열방으로 하여금 하나님께 영광과 찬양을 돌리기 원하였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은 단순한 국가가 아니라 제사장 나라로 열방을 하나님 앞으로 이끌어야 할 선교적 책임이 있었다(출 19:6).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보다는 세상의 다른 나라와 같이 되고 싶어 했다. “우리도 다른 나라들같이 되어 우리의 왕이 우리를 다스리며 우리 앞에 나가서 우리의 싸움을 싸워야 할 것이니이다”(삼상 8:20). 하나님께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모델로 다윗을 제시하였지만, 이스라엘의 왕들은 다윗의 길을 따르지 않았다. 세상 나라가 하듯이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고, 부정하고 부패한 법을 집행하였다. 종교지도자라고 하는 제사장들도 권력자들과 한패가 되었고, 이스라엘은 타락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지자들이 나타나 출애굽 할 때 모세를 통하여 주었던 신명기 말씀을 선포하였다. 하나님께서 원래 계획하신 대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라고 촉구하였다.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공의를 행하고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 아니냐”(미 6:8).

“너희가 정의와 공의를 행하여 탈취당한 자를 압박하는 자의 손에서 건지고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거나 학대하지 말며 이 곳에서 무죄한 피를 흘리지 말라”(렘 22:3).

선지자들은 이스라엘의 회개(회복)를 촉구하였다. 그것은 인간이 타락한 순간부터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구원역사의 핵심 메시지다.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어떠한지 분명히 본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손에 쓰임 받는 국가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였다. 만일 그들이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거스르는 자가 된다면, 하나님께서 그 가지를 잘라 버리실 것을 알고 있었다.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였던 선지자들은 타락의 길을 걷는 이스라엘을 보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멸망하는 이스라엘을 보면서 통곡하던 선지자에게 하나님은 소망의 메시지를 주셨다.

사람이, 이스라엘이, 사단이 아무리 하나님의 계획을 가로막는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반드시 완성 하신다. 하나님께서는 그루터기를 남겨두시고(사 6:13) 그들을 사용하신다. 그들을 "이방의 빛"(사 42:6)으로 삼아 "하나님의 구원을 베풀어 땅끝까지 이르게" 하신다(사 49:6). 창조할 때부터 계획하셨던 그 완성을 이루기 위하여 “때가 이르면 뭇 나라와 언어가 다른 민족들을 모으리니 그들이 와서 나의 영광을 볼 것이며 … 그들 가운데에서 도피한 자를 여러 나라 곧 다시스와 … 나의 영광을 보지도 못한 먼 섬들로 보내리니 그들이 나의 영광을 뭇 나라에 전파하리라. … 나는 그 가운데에서 택하여 제사장과 레위인을 삼으리라”(사 66:18-19,21).

이스라엘이 못다 이룬 하나님의 비전과 계획을 이루기 위하여 이방인들을 제사장과 레위인으로 삼으신다는 것이다(벧전 2:9).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보았다. 그들은 모든 열방과 민족이 여호와 앞에 모여서 찬양과 경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어린이가 독사 굴에 손을 넣어도 물지 않고,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뛰노는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았다(사 11:6-9).

선지자들은 현실의 이스라엘을 바라보면서 통곡하였지만,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실 하나님 나라를 보면서 찬양하였다. 선지자들의 종말 사상은 결코 어둡지 않다. 그들은 여호와 하나님의 전능하신 주권을 확실히 믿었다. 세상 나라(바벨론 제국)가 아무리 강성하다 할지라도 결코 두려워 하지 않았다. 사단이 우는 사자와 같이 덤벼든다 할지라도 기죽지 않았다. 세상이 죄악으로 가득하여 사람들이 타락하고, 종교가 부패하고, 성직자들이 탐욕으로 물들어도 하나님은 반드시 거듭나게 하시고, 새롭게 하셔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실 것을 믿었다.

그 일을 위하여 메시아를 보내주시고, 사단이 즐겨 사용하는 파괴와 전쟁과 파멸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대로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사랑으로 품으셔서 이루실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았다. 이방이 제사장과 레위인이 되어서 이스라엘이 이루지 못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것을 내다보았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행하시는 심판은 멸망이 아니라 정화요, 깨끗하게 함이요, 새롭게 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난과 징계와 심판이 지금은 쓰리고 아프지만, 하나님은 파괴하는 하나님이 아니요 회복하는 하나님이시고 완성하시는 하나님을 믿었기에 할렐루야 찬양하였다.

◈ 배경락 목사는 기독교 인문학 연구소 강연자로, '곧게 난 길은 하나도 없더라' '성경 속 왕조실록' 등의 저자이다. 그는 일상의 여백 속에 담아내는 묵상들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인문학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 Green Joel B. ,어떻게 예언서를 읽을 것인가(How to read Prophecy), 한화룡 옮김, 서울 : IVP, 1992년
. Moore Thomas V., ‘회복기의 선지자들(Prophets of the Restoration)’, 윤영탁 역편, 구약신학논문집, 서울 : 성광문화사, 1981년
. Collins John J. '묵시 문학'(Apocalyptic Literature)', Perdue Leo G. 편집, 히브리 성경 연구, 임요한 옮김, 서울 : 기독교문서선교회,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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