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락 목사
배경락 목사 ©기독일보DB

바울은 디아스포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길리기아 다소에서 로마 시민권을 가진 유대인이었다. 그의 가족은 헬라어를 쓰지 않고, 당시 팔레스틴 지방의 상용어인 아람어를 사용하였다. 그러므로 바울은 민족적으로나 언어적으로 헬라파가 아닌 히브리 파 유대인이었다. 바울은 자신을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라고 자부하였다(빌 3:5). 바울은 로마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긴 했지만, 그는 히브리 전통과 교육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바울이 바리새인으로서 최고의 율법 교사가 되기를 원하였다. 당시 이스라엘에는 두 명의 위대한 랍비가 있었다. 하나는 샴마이로서 이방에 대하여 매우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는 완고한 보수파 선생이었고, 다른 하나는 힐렐의 손자 가말리엘로서 이방에 대하여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였다. 바울은 비둘기파에 속한 가말리엘 밑에서 율법을 배웠지만, 스승의 가르침보다는 샴마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수님이 부활 승천하신 후 제자들은 복음을 전하면서 유대에 골칫거리가 되었다. 산헤드린 공회는 베드로와 요한을 잡아 재판하였다. 샴마이를 중심으로 한 보수파와 가말리엘을 중심으로 한 비둘기파의 논쟁이 있었다. 그때 가말리엘이 일어나 말하였다. “이 사람들을 상관하지 말고 버려두라. 이 사상과 소행이 사람으로부터 났으면 무너질 것이요 만일 (저들이) 하나님께로부터 났으면 너희가 그들을 무너뜨릴 수 없겠고 도리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까 하노라.” 가말리엘의 말에 설득된 공회는 베드로와 요한을 풀어주었다.

바울은 스승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새롭게 등장하는 나사렛 도당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침 스데반 집사와 이른바 자유민들 즉 구레네인, 알렉산드리아인, 길리기아와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논쟁하였다. 이때 스데반 집사와 논쟁하던 길리기아 사람이 바울이 아닐까 추측하는 학자들이 있다. 설령 바울이 아닐지라도 최소한 바울이 잘 아는 고향 사람일 것이다. 바울은 스데반 집사를 돌로 쳐 죽이는 일에 앞장서고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는 데 열심을 내기 시작하였다. 명백히 스승의 길과 다른 길을 택하였다.

탈무드에 의하면 위대한 랍비 가말리엘의 제자 가운데 학문에 있어서 거만을 보이며, 스승에게 상당한 골칫거리인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학생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역사가 클라우스너(J.Klausner, 1874~1958)는 이 학생이 바울로 추측하였다. 그렇게 격렬하게 핍박하고 반대하던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회심하면서 180도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3년 동안 칩거하면서 구약을 다시 읽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구약 속에 면면히 흐르는 이방을 향하여 섬기고 복음을 전해야 할 사명을 발견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열방의 빛으로 선택하였다. 비로소 바울은 자신이 이방의 사도로 부름 받았음을 깨달았다. 그는 법적으로는 로마 시민이었고, 문화적으로는 헬라 문화에 익숙하고, 혈통적으로는 유대인으로 다중 문화인이었다.

그의 출생과 성장 배경은 하나님께서 이방을 위하여 쓰시고자 준비하신 것임을 알았다. 바울은 편협하고 완고하고 보수적인 유대 전통을 이어갈 자가 아니라, 세계를 향하여, 열방을 향하여 나아가 복음을 전할 사도로 부름 받았다. 그것은 구약 이스라엘이 감당해야 할 사명이었다. 이제 바울은 교회 공동체와 그리스도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그는 아직도 보수 유대교의 영향 아래 있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책망하고, 예루살렘 공의회에서 기독교가 이방을 향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선교를 위하여 창조 때부터 계획하시고 섭리해 오셨다. 이제 교회가 그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예수님이 명령하신 바대로 땅끝까지 흩어져 온 땅에 하나님의 복음으로 충만하게 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정착민이 아니라 나그네이다. 복음을 위하여 기꺼이 나아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바울은 하나님의 선교를 보았고, 그 일을 위하여 자신의 온 생명을 바쳤고, 교회 공동체를 가르치면서 열방에 빛이 되도록 이끌었다. 교회가 나그네로서 복음을 전할 사명을 잃어버리면, 그것은 존재 이유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바울은 나그네 선교사였고, 하나님의 선교를 위하여 세상으로 나아가는 선교사였고, 하나님의 교회 공동체가 열방에 빛이 되어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도록 가르치고 지도하였다.

◈ 배경락 목사는 美로고스교회 협동목사와 기독교 인문학 연구소 강연자로 섬기고 있으며, '곧게 난 길은 하나도 없더라' '성경 속 왕조실록' 등의 저자이다. 그는 일상의 여백 속에 담아내는 묵상들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인문학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참고도서]
1. F.F. 부루스, 초대교회역사, 서영일 옮김 (기독교문서선교회, 서울) 19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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