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락 목사   ©서북교회

나는 운전을 조폭에게서 배웠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하얀손 갱생회라는 단체가 있었다.
검은 손을 씻고 하얀손으로 갱생하여 새롭게 살겠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단체이다.
당시 아버지는 법무부 산하 갱생보호 운동을 하고 계셨다.
그때 잠시나마 우리 교회 관리집사로 그 단체에 속한 분이 오셔서 일을 하였다.

나는 바로 그분에게 운전을 배웠다.
운전면허를 딴지 얼마되지 않아 운전하고픈 욕망으로 가득하였다.
나는 그분과 함께 아버지의 차를 몰래 끌고 나갔다.
둘이 죽이 맞아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 하는 말이 "조폭 운전에는 두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하나는 두목이 몇시까지 어디로 가라고 하면 교통규칙을 다 무시하고 무조건 시간 맞추어 가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두목이 잠을 자고 있을때는 절대로 급정거나 급출발을 하여 두목을 깨워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분에게 배운 조폭 운전 때문인지 가끔 내 차를 타는 분들이 조폭 운전 같다고 말을 한다. 

어느날 그분과 함께 운전연수를 하면서 의정부 쪽을 가게 되었다.
급경사를 내려가는데 초보인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려가다 그만 사고를 낸 것이다.
급경사 아래는 T자형 삼거리였는데 급하게 우회전하다 그만 중앙선을 넘고 말았다.
설상 가상으로 앞에 거대한 덤프트럭이 고막이 찢어지라 커다란 경적을 울려대었다.
죽었구나 생각하고 핸들을 급하게 틀었는데 순식간에 차는 논두렁에 처박혔다.
앞 타이어는 재생 불가능할 정도로 찢어졌다.
다행히 다친데는 전혀 없었다.

놀라운 일은 그 다음이었다.
그분은 태연자약하게 내려서 나에게 말하였다.
"전도사님! 이제 타이어 바꾸는 방법을 배울 시간입니다."
어이없는 그의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죽다 살아난 나에게 타이어 바꾸는 법을 아주 자세히 그리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겨우 차를 길가에 끌고 나와서 다시 운전하라고 하는데 도저히 운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전도사님 이번에 운전대를 안 잡으면 평생 운전 못합니다."
그 말에 겨우 핸들을 잡았는데 휠 발란스가 틀어졌는지 차가 자꾸만 한쪽으로 쏠리고 핸들은 덜덜거렸다.

나는 마음속으로 수도 없는 자책과 후회를 하며 욕을 하였다.
"이 바보 같은 놈!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어!
죽을 뻔 했잖아!
이제 이 차는 어떻게 할거야!"
온갖 생각과 말들이 나로 하여금 머리를 쥐어 뜯게 하였다.

그 순간 그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잘못도 할 수 있고, 남에게 비난받을 죄도 범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고 비판하고 욕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도사님까지 거기 가세해서 자신을 욕할 필요까지는 없잖습니까?"
이런 이보다 더 귀한 메시지가 어디 있는가?

그렇다 누구나 잘못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스스로를 깍아내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끊임없이 되내이는 자기 목소리이다.
늘 스스로를 깍아내리고 부정하고 비판하면 그 말의 악한 영향력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말 것이다.
나를 망가뜨리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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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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