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과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해 큰 인기와 사랑을 얻었던 국제 변호사 출신의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61)씨의 마약 투약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에 재벌가와 연예인들 사이에 마약 투약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부도, 명예도, 인기도 인간의 영혼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저명 인사들의 사회적 일탈은 사람들에게도 큰 실망감을 안겨주게 된다.

'원조 외국인 방송인', '외국인 1호 방송인' 하씨 역시 마약 투약과 관련,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에 대해 사죄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방송인 하씨는 9일 새벽 경기남부지방청에서 1차 조사를 마친 뒤 수원남부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그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답하며 사실상 혐의를 인정했다.

하씨는 이날 오전 9시 55분께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동하는 호송차에 올라타기 전에도 "마약 투약 언제부터 했냐", "함께 투약한 동료가 있냐", "주로 어디서 투약했냐", "마약 어디서 구했냐"고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거듭 사과했다.

그는 전날 체포됐을 때 모습과 마찬가지로 흰색 셔츠에 베이지색 점퍼와 회색 바지를 입고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했다.

하씨는 10여분 뒤 경기남부청에 도착한 하 씨는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 물음에도 똑같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고개를 숙인 채 곧바로 조사실로 들어갔다.

하 씨는 전날인 8일 오후 4시 10분께 서울시 강서구의 한 주차장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대에 체포됐다.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들이 얼마나 놀라고 충격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는 반응이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하 씨가 지난달 말 마약 판매책의 계좌에 수십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하 씨가 이 돈을 입금하고 필로폰을 건네받아 이달 초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일단 하 씨가 혼자 투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조사가 끝나면 하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미국 유타주 출신인 하 씨는 몰몬교도로 1978년 포교를 위해 한국에 왔다. 과거 한 방송에서 자신이 몰몬교 포교를 위해 한국에 왔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었다. 몰몬교는 술이나 담배는 물론 카페인이 들어가 음료(커피, 홍차) 등도 금기시한다. 그는 광주외국인학교의 이사장으로 과거 한 방송에서 대마초 합법화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마약에까지 손을 대고 말았다. 

하씨는 1986년부터는 국제변호사로 한국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 등에 출연해 유창한 부산 사투리와 입담을 선보여 방송인으로 인기를 얻었다. 1997년에는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화하며 한국인이 됐다.

국민적 인기도 그의 영혼을 만족시키지는 못했고, 결국 마약에까지 손을 뻗은 것으로 보인다. 유쾌한 할리씨의 감춰진 이면, 영혼은 썩 유쾌하지 못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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