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공격에 대응해 네 번째 공습을 단행하면서 양국 간 군사 충돌이 다시 격화했다. 이란도 미국의 공격에 대한 보복을 예고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한층 높아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12일 동부 시간 오후 5시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원과 상선을 공격할 수 있는 이란의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추가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군 통수권자의 지시에 따라 이란 병력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습은 이란이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키프로스 국적 컨테이너선을 공격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해당 선박은 엔진실이 심각하게 파손됐으며, 오만 해양 당국은 승무원 23명을 구조했지만 인도 국적 선원 1명은 실종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BC 방송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젯밤 그들을 완전히 폭격했다”고 말했다.
반다르아바스·케슘섬 등에서 폭발음
이란 매체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관문인 이란 남부 최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서부 외곽과 케슘섬, 자스크 등에서 여러 차례 강한 폭발음이 들렸다.
미군은 지난 7~8일에 이어 11일과 이란이 해협 재봉쇄를 선언한 12일까지 모두 네 차례 공습을 진행했다. 이번 공격에서는 이란의 해상 공격 능력과 미사일·방공 관련 시설이 주요 표적으로 거론됐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이 휴전 합의를 위반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는 종전을 위한 휴전 합의가 체결된 지 25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미국이 이란의 교통 인프라와 상선, 화물선, 항공시설을 공격해 합의 내용을 사실상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4시간 동안 이뤄진 미국의 공격이 유엔 헌장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전쟁범죄라며, 이번 공격으로 최근 수개월간 이어진 외교적 노력이 무산됐다고 비판했다.
이란, 추가 공격 시 역내 기지 타격 경고
이란은 미국의 추가 공격이 이어질 경우 역내 다른 적대 세력의 기지를 공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현재 상황을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이 계속되는 국면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란이 먼저 어느 곳도 공격하지 않았으며, 페르시아만 남부 연안의 미국 기지와 군사자산을 겨냥한 공격은 국제법이 보장하는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걸프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이란은 앞서 미국의 공습 이후 바레인과 쿠웨이트, 카타르, 요르단, 오만 등 미국과 가까운 국가들을 상대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카타르군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요격했다고 밝혔고, 쿠웨이트에서는 국경 검문소와 석유 관련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요르단에서도 이란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일부 피해가 발생했다.
오만도 이란 대사 소환해 항의
오만은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둔 국가로, 최근 해협 통행 문제를 놓고 테헤란과 협의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이 이어지자 오만 정부는 이란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고, 이란의 행동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이란은 해협 폐쇄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선박 통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 간 외교 협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측은 전쟁의 영구적 종식을 목표로 60일 임시 합의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협상도 다시 위기를 맞았다.
파키스탄과 카타르, 이집트 등 지역 중재국들은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면적인 적대 행위가 재개될 경우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양측에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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