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보다폰 재단(Vodafone Foundation)과 공동으로 실시한 ‘디지털 웰빙 및 회복탄력성 지수(Digital Wellbeing & Resilience Index)’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그리스, 네덜란드, 독일, 루마니아, 스페인, 알바니아, 영국, 튀르키예, 포르투갈 등 유럽 9개국 청소년 7,7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유럽 청소년의 디지털 문해력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실제 디지털 삶의 질을 의미하는 ‘디지털 웰빙’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디지털 웰빙 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청소년은 전체의 26%로, 4명 중 1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온라인 접속률에도 낮은 디지털 웰빙 지수
조사 결과 유럽 9개국 청소년의 평균 95%가 매일 최소 1시간 이상 온라인에 접속하고 있었으며, 83%는 개인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30%는 온라인 이용이 스트레스나 불쾌감을 유발한다고 답했다.
또한 45%는 오프라인 상태일 때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를 경험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디지털 환경이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은 만큼 심리적 부담도 함께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이버 괴롭힘에 대한 우려 역시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41%가 사이버 괴롭힘을 걱정한다고 답했으며, 58%는 스마트폰 알림으로 인해 학습과 일상생활이 방해받는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웰빙 및 회복탄력성 지수에서 ‘양호’ 이상의 점수를 기록한 비율이 26%에 그친 점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디지털 문해력 높지만 자기조절 역량 한계
청소년들은 알고리즘을 이해하거나 AI 생성 콘텐츠를 식별하는 능력에서는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알고리즘을 이해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5%, AI 생성 콘텐츠를 구별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63%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스로 온라인 이용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4%에 그쳤다. 이는 디지털 문해력은 갖추고 있으나 자기조절 역량에서는 한계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디지털 웰빙을 단순한 기술 이해 수준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건강한 사용 습관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차이도 확인됐다. 루마니아 청소년의 82%는 ‘디지털 웰빙 및 회복탄력성 지수’에서 ‘양호’ 또는 ‘높음’ 수준을 기록해 9개국 평균인 72%를 상회했다. 알바니아와 튀르키예 역시 온라인 공감 능력과 정체성·관계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반면 영국은 전반적으로 평균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으나, 온라인 이용 시간이 가장 긴 국가 중 하나로 조사됐다. 영국 청소년의 14%는 평일 하루 8시간 이상 온라인에 접속했으며, 주말에는 그 비율이 17%까지 증가했다. 자기 관리 지수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한 비율도 21%로 평균보다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취약 집단에서 더 낮은 디지털 웰빙 수준
조사는 사회·경제적 요인과 심리적 상태에 따른 격차도 드러냈다. 식량 불안정을 경험하거나 불안·우울 증상을 겪는 청소년, 장애가 있는 청소년은 전반적인 디지털 웰빙 및 회복탄력성 지수에서 더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경험이 단순한 기술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배경과 정서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취약 집단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 플랫폼 ‘안전 설계’ 및 정책 개선 촉구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디지털 웰빙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성년자 대상 콘텐츠 관리 강화와 과도한 이용을 유도하는 중독적 기능 차단을 촉구했다. 또한 온라인 착취 및 유해 행위에 대한 예방 체계 강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교사와 교육자, 부모와 보호자가 협력해 교육을 통해 아동이 균형 잡힌 디지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웰빙을 단순한 개인 책임이 아닌 사회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파트너십 총괄 우주 아데레미(Uju Aderemi)는 “이번 디지털 웰빙 및 회복탄력성 지수는 청소년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즐거움을 경험하는 동시에 상당한 스트레스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아동이 디지털 환경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균형 있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특히 취약한 환경에 놓인 아동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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