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피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위치한 아동친화공간을 찾은 아동들
추위를 피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위치한 아동친화공간을 찾은 아동들. ©월드비전 제공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우크라이나 분쟁이 4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2월 평균 최저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지는 혹한과 전력난, 계속되는 불안정한 정세가 겹치면서 아동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음을 24일(화) 밝혔다.

월드비전이 최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하르키우시 및 인근 지역)에서 아동을 둔 이주민 25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절반 이상(56%)이 한파와 정전, 치안 불안으로 자녀의 학습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24%는 추위나 안전 문제로 대면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32%는 전력 차단으로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전선 지역인 하르키우(Kharkiv)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겨울철 정전으로 인해 교육 접근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는 상황이다. 반복적인 강제이주는 학교 등록, 출석, 또래 및 교사와의 관계 형성에 악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학습 이탈 위험을 높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가구의 84%는 혹한기에도 자녀에게 충분한 난방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 가구의 12%는 이미 자녀의 학습 진도가 뒤처졌다고 답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전 세계 교육계가 ‘비상 상황’으로 규정했던 학습 진도 저하율(3%)의 네 배에 이르는 수준으로, 교육 공백이 구조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전체 응답 가구의 92%가 전쟁 발발 이후 반복적인 이주를 겪었으며, 5가구 중 1가구는 혹독한 겨울 추위로 인해 다시 거처를 옮겨야 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응답자 전원은 ‘올겨울이 지난해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고 답했으며, ▲96%는 정전을 경험했고, ▲92%는 실내가 얼어붙을 정도로 춥다고 밝혔다. ▲76%는 난방 물품이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응답 가구의 ▲84%는 가장 절실한 지원책으로 '현금 지원'을 꼽았다. 또한 ▲72%는 지난해 겨울보다 지원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키이우에 거주하는 8세 마크(가명)는 “집 안이 너무 추워 항상 두꺼운 옷을 껴입고 담요를 두른 채 지내야 한다”며 “공습 경보가 수시로 울리고, 전기와 와이파이도 자주 끊긴다”고 전했다.

월드비전 우크라이나 대응 책임자인 아르만 그리고리안(Arman Grigoryan)은 “이번 조사 결과는 겨울이 아동에게 ‘위험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혹한기 긴급구호는 계절성 보완사업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필수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기에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직면한 위협과 고통은 방치된 채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월드비전의 우크라이나 혹한기 긴급구호 사업은 필요한 재원의 66%만 확보한 상태로, ‘인도적 공백’이 현실화될 위기에 놓여 있다. 필요한 재원이 제때 마련되지 않을 경우 약 60만 명의 취약계층이 혹한의 위협 속에 아무런 보호없이 방치될 것으로 우려된다.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은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 또 다시 찾아온 겨울은 생존의 한계점에서 또다시 마주해야 하는 비상 상황”이라며 “즉각적인 긴급구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습결손 심화, 심리사회적 고통 증가, 보호 환경 약화, 반복 이주 위험 확대 등 아동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월드비전은 혹한기 긴급구호의 일환으로 공과금과 필수 생계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현금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최전선 인접 지역에서는 매트리스와 침낭, 고보온 담요, 보조배터리, 보온병, 휴대용 난로와 건조연료, 배터리식 손전등 등으로 구성된 ‘혹한기 생존 키트’를 배포하고 있다.

한편 월드비전은 2022년부터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24만 명 이상의 아동에게 교육 지원을 제공했으며, 23만 명 이상에게 현금 지원을 실시했다. 또한 45만 9천 명 이상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33만 5천 명 이상에게 생활필수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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