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의 정치·선거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적용 범위와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최혁진 의원(무소속)을 대표발의자로 해, 김우영·김준혁·김재원·권칠승·염태영·이건태·이성윤·송재봉·서미화·손솔 의원 등 11명이 지난 9일 공동발의했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 등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상황에서,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개정안은 현행 민법 제37조와 제38조를 손질해 주무관청의 감독·조사 권한을 명확히 하고, 일정 요건에 해당할 경우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주무관청은 법인에 대해 관계 서류와 장부 제출을 명령하거나, 공무원을 통해 사무 및 재산 상황을 검사하고, 대표자나 임직원의 출석과 진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설립허가 취소 사유로는 목적 외 사업 수행, 설립허가 조건 위반, 장기간 사업 실적 부재 외에도, 법인의 대표자나 임원이 조직적으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이를 묵인한 경우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특히 논란이 되는 대목은 헌법 제20조 제2항의 정교분리 원칙이나 공직선거법 등의 위반을 명시한 부분이다. 이를 근거로 선거·정당·후보자와 관련된 정치활동에 조직적·반복적으로 개입해 공익을 현저히 해한 경우 교회 등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또 설립허가가 취소될 경우 해당 법인의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하도록 한 조항과, 범죄수사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주무관청이 법인 사무소에 출입해 장부 등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한 조사 권한 조항도 포함됐다.
전윤성 미국변호사는 이번 민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문제의식 자체는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등 위법한 정치 활동을 차단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형식상으로는 비영리법인 전반을 규율하는 법처럼 보이지만, 실제 적용 구조를 보면 종교법인, 특히 교회와 교단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정교분리 원칙 위반’을 명시한 순간, 판단 대상은 필연적으로 교회의 설교와 성명, 정치·사회적 발언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며 “개별 교회뿐 아니라 교단과 각종 기독교 연합기구 역시 대부분 사단법인이나 비영리법인 형태이기 때문에 이 법안의 적용 범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무엇이 정교분리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규정돼 있지 않다”며 “이처럼 추상적인 개념을 설립허가 취소 사유로 두는 것은 해석과 판단 권한을 사실상 행정권력에 맡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종교인의 정치 참여 자체를 문제 삼는 해석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종교인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참여하는 것 자체는 헌법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유럽과 미국에도 기독교 정당은 다수 존재하고, 실제로 집권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 정치자금이나 위법한 로비 행위이지, 종교적 정체성 그 자체가 아니”라고도 했다.
정교분리 개념에 대해서도 전 변호사는 “헌법상 정교분리는 본래 국교 설립을 금지해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며 “이를 종교와 정치의 분리로 확대 해석해 기독교계의 정치적 발언이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 취지를 거꾸로 읽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헌법에는 ‘정교분리’라는 표현 자체가 없고 국교 설립을 금지하는 조항만 있다”며 “우리 헌법의 정교분리는 제헌헌법 제정 과정에서 ‘국가(State)’가 ‘정치’로 번역되며 개념상 혼선이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한국에서만 정교분리가 ‘종교는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는 식으로 왜곡돼 사용돼 왔다”며 “이는 헌법 제20조 1항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약화시키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정교분리는 원래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데, 최근에는 종교의 공적 발언을 위축시키는 도구로 작동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 역시 해석과 집행 방식에 따라 교회와 종교단체가 ‘정교분리 위반’이라는 이유로 설립허가 취소나 해산 논의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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