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네시아 서자바주에서 무슬림 집단이 기독교인의 성탄절 예배 참석을 물리적으로 가로막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2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장에는 경찰이 배치돼 있었으나, 별다른 제지 없이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져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이 확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베카시 군(郡) 세랑바루 구 자야삼푸르나 마을 인근에서 무슬림 남녀 수십 명이 손을 맞잡고 인간 띠를 형성해 기독교 신자들의 이동을 막았다. 이들은 자카르타 인근 그린 치카랑 주택단지 부근에 마련된 기도처에서 성탄절 예배를 드리려던 후리아 크리스텐 바탁 개신교회(Huria Kristen Batak Protestant Church, HKBP) 교인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예배 장소로 향하는 신자들 가로막아… 반기독교 구호와 영상 확산
소셜미디어에 확산된 영상에는 다수의 경찰과 주민들이 현장을 지켜보는 가운데, 무슬림 시위대가 손을 맞잡고 인간 장벽을 만든 채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 시위대는 기독교인들을 향해 반기독교적 발언을 했고, 예배 장소로 이동하려는 교인들을 밀치거나 되돌려세웠다.
영상 속 한 기독교인은 “우리는 그저 평화롭게 예배드리기를 원할 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려는 의도는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시위대가 들고 있던 현수막 문구가 포착됐는데, ‘자야삼푸르나 마을 무슬림 주민들은 불법 예배처 건축을 영원히 반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전에도 반복된 예배 방해… 지역 갈등 장기화 조짐
현지 매체 harianterbit.com은 해당 무슬림 집단이 이번 사건 이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같은 교회의 예배를 방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과 11월 30일에도 외부 지역에서 온 무슬림들이 예배를 막았으며, HKBP 교회 측은 해당 장소를 약 7년간 예배 장소로 사용해 왔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베카시 군 당국은 지난 12월 15일 지역 행정 책임자인 군수 주재로 양측을 중재하는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HKBP 교회는 임시 조치로 자바베카 지역에 위치한 종교간 화합 포럼 사무실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합의했다.
종교부 중재로 합의 도출… 성탄 예배 지원 약속
이어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종교부는 양측을 다시 불러 공식 중재 회의를 열었다. 국영 통신사 안타라(Antara)에 따르면, 회의 결과 총 8개 항의 합의가 도출됐다. 양측은 상호 용서를 통해 갈등을 종결하기로 했으며, 예배처 허가와 관련된 모든 행정 절차를 원만히 해결하기로 했다. 종교부는 HKBP 교회의 성탄절 예배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서 확산되는 우려의 목소리… 종교 자유 침해 지적
CDI는 사건 이후 인도네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종교의 자유가 반복적으로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한 인권 활동가는 서자바주 주지사를 직접 거론하며 “이런 형태의 종교적 불관용은 이 지역에서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기독교인은 2등 시민이 아니며, 국가가 그들의 예배할 권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화되는 종교 환경 속 교회 대상 위협 지속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오픈도어(Open Door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도네시아 사회가 점차 보수적인 이슬람 색채를 띠고 있으며, 전도 활동을 하거나 공개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이 극단주의 성향의 무슬림 단체로부터 공격 대상이 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서자바주 사건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서 발생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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