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막 11:17, 사 56:7)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시며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는 이사야의 말씀을 인용하셨다(사 56:7). 그리고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과 돈 바꾸어 주는 자들을 내쫓으셨다(막 11:17). 당시 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은 “하나님께 드리는 헌물은 거룩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성전 전용 화폐로만 환전하도록 강요하고, 그 과정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였다. 예수님은 이런 부패한 종교지도자들에게 “너희는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막 11:17)며 강력히 책망하셨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만민이 기도하는 집’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찾고, 쉼을 얻고, 기도의 자리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예수님 당시 성전에는 바리새인과 같은 종교적 엘리트뿐 아니라 세리, 창기, 장사하는 사람들, 소경과 저는 자들까지도 올라왔다(마 21:14). 심지어 이방인(유대교를 믿지 않는 자)들도 성전 뜰에는 들어올 수 있었다. 교회는 이런 의미에서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만민의 집’이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기도하는 집’이다. 기도란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의 임재 안에서 대화하는 행위이다. 소리를 높여 부르짖는 것만이 아니라, 조용히 눈을 감고 묵상하거나, 찬송을 부르거나, 말씀을 읽는 가운데 성령의 감동을 경험하는 모든 행위가 기도이다. 따라서 교회는 교인뿐 아니라 다른 교단·다른 교회의 신자들,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경건함과 평안을 제공하는 쉼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으며, 내적 안식을 갈망한다. 그래서 명상·요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위안을 구한다. 교회는 이들에게 참된 쉼의 공간, 마음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많은 한국교회는 이미 지역사회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도 목적이 아니더라도, 교회시설을 공공의 선을 위해 개방하는 일은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부합하며, 초대교회가 보여준 환대의 정신을 실천하는 일이다.
그러나 교회시설을 개방할 때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예루살렘 성전에도 성소·지성소 등 구분이 있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교회시설 중에는 누구나 출입해서는 안 되는 공간이 있다. 특히 예배당(본당)의 개방은 당회나 담임목사의 명확한 허락을 필요로 한다. 예배는 교인들의 기본적 권리이지만, 교인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별개로 예배를 드리며 분쟁이 생길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예배 공간은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교회시설 개방 시 약간의 사용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설 유지·관리비 수준의 최소한의 실비여야 한다. 과도한 이익을 추구한다면 예수님이 책망하신 “강도의 소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세법에서도 교회 재산을 교회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비과세 혜택을 인정한다. 예컨대 명성교회 치악산 수련원을 농협 신우회에 일정 사용료를 받고 제공한 사건에서, 법원은 사용빈도·사용료·실제 운영 모습을 종합해 보았을 때 시설 유지비 대부분을 교회의 헌금으로 충당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해당 수련원이 수익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비과세 대상으로 인정하였다. 이는 교회시설의 공익적 사용이 법적으로도 일정 부분 보호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회시설 개방 시 위생·안전·책임 문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외부 어린이가 다치거나, 노인이 낙상하거나, 주차장에서 차량이 파손되는 경우 교회의 배상책임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원은 초등학생들이 교회 지하실로 통하는 계단의 지붕(놀이시설이 아닌 공작물)에서 놀다가 다친 사건에서, 교회가 그러한 이례적 사고까지 예방할 시설을 설치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여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예외적 판단이며, 실제로 교회는 안전관리·보험가입·출입통제·시설점검 등 기본적인 조치를 충실히 갖추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은혜로 한국교회는 도심 곳곳에 누구나 접근하기 좋은 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주일 외에는 대형 시설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들에게는 유휴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 한국교회는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는 말씀과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명령에 따라, 교회시설을 지역사회에 적극 개방하여 안식과 쉼의 터전으로 제공하는 선한 사명을 감당해야 할 때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교회가 오늘의 시대 앞에 보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공공성 실천이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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