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의 경기 부진이 소비를 중심으로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수출 둔화 가능성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KDI는 9일 발표한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고율 관세가 지속되고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는 등 수출 하방 압력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KDI는 지난 5월 '경기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후 6\~8월에는 '미약한 상태', '낮은 수준' 등의 표현을 써왔다. 이번 진단에서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가 반영되며 평가 수위가 완화된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소비지표가 실제 개선되며 '경기 부진 완화'라는 표현을 썼다"면서 "이는 경기 회복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진이 덜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지표는 개선세를 보였다. 7월 소매판매는 승용차 판매가 전년 대비 12.9% 증가하며 전체 소매판매가 2.4% 늘었다. 숙박·음식점업(1.6%), 예술·여가서비스업(5.5%) 등 서비스 소비도 회복세를 보였고, 외국인 관광객이 25.5% 늘어나면서 여행수입이 33.1% 증가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1.4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건설투자는 여전히 부진했다. 7월 건설기성은 폭염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심사 강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전년 대비 14.2% 감소했다. 건설수주와 착공면적 등 선행지표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투자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투자도 위축됐다. 7월 설비투자는 전월 1.4% 증가에서 -5.4%로 전환됐으며, 반도체 관련 투자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반도체 장비 수입액 증가율도 27.7%에서 9.5%로 둔화됐다.

수출은 반도체(32.8%)와 자동차(13.6%)가 증가세를 견인했지만 품목 전반은 3.0% 감소했다. 8월 수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에 그쳤으며, 일평균 기준으로는 5.8% 늘었다. 다만 대미 수출은 자동차와 철강 부진으로 8.1% 줄었고, 대중 수출도 1.4% 증가에 머물렀다. KDI는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수출 둔화 위험이 크다"며 "반도체 관세 부과 여부와 자동차 관세 인하 시기가 주요 변수"라고 지적했다.

고용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7월 취업자는 전년 대비 17만1000명 늘었지만 고용률은 62.8%로 정체됐고, 실업률은 2.5%로 소폭 하락했다.

물가는 안정세를 보였다. 휴대전화 요금 인하(-21.0%) 영향으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에 그쳤다. 그러나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4.8% 상승해 전월(2.1%)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 상승세는 일부 둔화됐으며, 서울은 0.75% 상승했다. 반면 비수도권은 0.08% 하락했고, 준공 후 미분양은 2만2600호로 전월보다 300호 증가했다.

KDI는 "소비 지표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건설투자와 수출 둔화 가능성 등 불안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경기 회복을 단정짓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동향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