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한 대학교 총장에게 교직원의 종교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학내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하면서 종교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달 29일 A 대학교 총장에게 교원업적평가규정의 종교 행사 참석 여부 평가 항목과 교직원선교내규의 강제 조항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이번 사안은 교수 B씨의 진정에서 비롯됐다. B 교수는 학교 측이 ▲수업 시작 전 학생들 앞에서 기도 여부를 수업 평가 항목에 포함하고, ▲화요예배 및 교직원 수양회 참여를 업적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이 사실상 종교 활동을 강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규정이 교수의 승진과 재임용에 영향을 미쳐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제기했다.

A 대학교는 이에 대해 ▲교직원 업적 평가는 다양한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수업 전 1분 기도나 예배·수양회 참여의 반영 비중은 극히 낮아 승진이나 재임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B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여 종교의 자유 침해가 인정된다며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대학 자치와 사학의 자율성이 인정되더라도, 종교 활동의 자유가 타인의 기본권을 해치는 범위까지 무제한 보장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종교적 건학이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권고는 종교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를 존중해온 전통적 법적 가치와 충돌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된 종교계 대학들은 교육 과정 속에서 종교 활동을 일정 부분 포함시켜 왔으며, 이는 학문 자유와 사학의 다양성 존중 차원에서 인정돼 왔다. 그러나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자율성을 제약하고 종교적 정체성을 지워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권위 권고가 종교 활동 강제 여부만을 문제 삼으며 사립학교가 가진 정체성과 건학이념의 자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교육 현장에서의 종교적 요소는 학생과 교직원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어야 하며, 이를 무리하게 규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 자유와 사학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권고를 두고 종교·학계에서는 “인권위가 종교 자유를 명분으로 오히려 종교 자유를 제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으로 해당 권고가 실제 규정 개정으로 이어질 경우, 종교계 대학과 사학의 자율권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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