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를 계기로 바티칸에서 회동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를 계기로 바티칸에서 회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에게 미국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안보 보장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중대한 변화가 감지된 것으로 평가된다.

WSJ은 복수의 유럽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며 "이는 그의 기존 입장과 달라진 부분"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에 서방 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안보 보장에 참여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통화 내용을 파악한 유럽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주둔한 병력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미군의 직접 파병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 유럽 소식통은 그의 설명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 연합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양자 안보 보장과 재정·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WSJ은 "미국의 안보 보장에 군사적 요소가 포함될지 여부는 해석이 엇갈린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분명히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안보 보장 반대' 입장을 고수했으며, '취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주장하며 미국의 대외 관여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도, 4월 체결된 광물협정에서 안보 보장 조항이 제외돼 미국이 러시아의 재침공 가능성을 사실상 방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이 준비 중인 다국적 '보장군(Reassurance force)' 파병과 관련해 유럽 주둔 미군의 후방 지원 요청에도 선을 그으며 거리를 두어왔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기존 기조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반겼다.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이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WSJ은 복수의 유럽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협상에 성실히 임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 보장을 기반으로 푸틴과의 대화에서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안보 보장 참여 가능성에 대한 WSJ의 논평 요청에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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