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 배치된 패트리엇(PAC-3)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방공무기가 속속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9일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미 국방부가 사드 시스템의 일부를 한국에서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보도한 게 뒷받침해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패트리엇 등 주한미군의 방공무기가 조만간 중동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설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최근 주한미군 오산기지에서 미군 대형 수송기가 자주 이착륙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주한미군 방공무기의 중동 반출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공식 확인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중동으로 차출한 주한미군의 방공 전력이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만이 아니라 사드까지 포함됐다는 점이다. 사드는 한국에 배치된 유일한 고고도 방어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할 수 있는 핵심 전력이다. 이런 사드가 한반도 밖으로 빠져나가면 대북 다층 방어망에 구멍이 뚫리는 게 불가피하다. 이게 중국의 온갖 보복에도 우리가 사드를 배치한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이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중동 사태 속에서 미국이 주한미군 방공무기를 중동으로 차출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번 주한 미군의 무기 반출은 지난해 한미 사이에 전략적 유연성을 핵심으로 한 ‘동맹 현대화’ 합의에 따른 조치의 일환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중동의 현 상황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언에도 그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쟁이 길어지면 한반도를 빠져나간 사드가 언제 돌아올지도 기약이 없게 된다.

정부는 미군의 핵심 전력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당장 대북대비 태세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도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군사력 수준을 언급하며 대북 억지 능력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상대는 우리를 “영원한 적”으로 규정하고 언제든 핵무기로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비정상적인 집단이란 걸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예측 불가 호전 집단을 방어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사라진 상태에서 ‘군사력 세계 5위’는 그저 신기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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